유럽은 대마초에 비교적 느슨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폐해를 인식하고 고삐를 당기려 하고 있다. 대마초는 유럽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마약류. 유엔산하 기구인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가 이달 초 발표한 연례보고서는 유럽의 느슨한 태도가 대마초 사용인구의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관대함이 문제 확대시켜 = INCB에 따르면 역내 약 5.3%에 해당하는 약 2천880만명이 지난 한 해 동안 대마초를 피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유럽의 경우,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대마초 흡연이 증가했다. 이 지역의 대마초 흡연자는 성인 전체 인구의 3.6%인 840만 명. INCB는 대마초 흡연이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지난 10년 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마초 흡연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일부에서 대마초는 해롭지 않으며 폐해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주장을 공론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INCB의 분석. 유럽 국가들 가운데 프랑스와 스웨덴,노르웨이, 핀란드, 그리스, 스위스 등은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반면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룩셈부르크, 포르투갈,덴마크, 스페인, 벨기에 등은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대마초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대한 정책이 INCB의비판을 받아왔다. 네덜란드는 스위스와 함께 역내 국가들에서 대마초를 구입하거나 흡연하기 위해 찾아오는 대표적 국가들. 스위스는 지난 30여 년 간 대마초를 불법화하고 있으나 법집행이 칸톤(주) 정부에 이관돼 있어 단속은 대단히 느슨한 편이다. 이 때문에 대마초 흡연 인구가 최근 수년간 급증하고 있어 INCB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의 상습적인 대마초 흡연자는 지난 10년 간 2배나 급증해 현재 사상 최고치인 약 50-60만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청소년층에서 흡연자가 늘고 있는 점도 각별한 사회적 우려의 대상이다. 스위스의 한 연구소가 유럽 30여 개국 15세 청소년들의 대마초 흡연실태를 조사한 결과, 3명당 1명이 대마초를 피워본 것으로 밝혀졌다. 스위스 다음은 대마초를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영국과 스페인의 순이었다. ▲합법화 주장에 반발 많아= 스위스는 대마초를 불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대마초 흡연이 일상적 현실로 보고 있고 해롭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적 세력을 중심으로 이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1년 12월 스위스 상원에서 개인들의 대마초 흡연을 합법화하고 제한적인 거래를 허용하되 수출입은 계속 불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채택된 것이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 물론 지난해 6월 스위스 하원이 이를 거부해 합법화는 무산된 상태다. 스위스에 서 대마초를 허용하자는 법안이 상정된 것은 모두 4번째, 진보세력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투표를 이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하원의 표결 결과는 보수 정당들의 승리. 그러나 찬성 102표, 반대 92표가 나온것을 보면 합법화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진보 세력들은 "대마초 흡연은 일상적 현실이다. 담배는 죽음을 초래하지만 대마초를 피우다 죽은 사람은 없다. 일부 칸톤에서 독자적으로 이를 허용하게 되면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합법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상당수 흡연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모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스위스 연방 산하의 일부 칸톤은 법집행에 철저하지만 다른 일부 칸톤에서는 대마초 흡연자에 눈을 감고 있다. 합법화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을 대마초의 해악에서 지켜야 한다고강조한다. 국제마약통제위원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위스 정부측에 대마초는 금지돼야 하며 법집행에 철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INCB는 2005년도 보고서에서 스위스 하원이 합법화 법안을 부결시키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청소년층의 대마초 흡연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추진하고 있는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를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들이 대마초 수요를 줄이기 위한조치들을 마련하는 점도 주목된다고 밝혔다. INCB가 보고서에서 "네덜란드의 대마초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환영한다"고 논평한 것도 놓칠 수 없는 대목. 이는 네덜란드는 지난해 8월 정책백서를 통해 대마초가상용자와 전체 사회 모두에 "무해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마련한 정책백서를 통해 대마초의 길거리매매와 대마초 관광, 재배를 억제할 방침을 밝혔다. 또 학교 부근이나 국경지역에서 대마초 흡연을 미끼로 영업하는 제공하는 커피숍을 계속 줄여나가고 청소년의 흡연을 억제하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벌이며 불법재배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INCB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난 65-67년 대마초 사용을 허용했던 스웨덴의 경우에는 마약류중독자가 급증하자 69년부터 다시 통제, 대마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