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임기 만료를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행정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따른 당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4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5월19일 경선에서 17대 국회 첫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10개월만이다. `영원한 비주류'의 생활을 청산하고 원내사령탑으로 화려하게 컴백했지만, 지난10개월동안 김 원내대표는 고비때마다 사퇴 압력에 시달리는 등 결코 순탄치 않은과정을 거쳤다. 대화정치와 균형감각을 강조해온 김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으로부터는 `합리적인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내의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선명성이 약하고 원내전략이 미흡하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4대 입법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에서 김 원내대표가 신축적인 입장을보인 것을 놓고 한나라당내 보수파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로부터 끌려가기식 협상자세를 보였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카운터파트'였던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전원내대표가 새해 첫날 전격 사퇴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중도하차의 위기를 맞았다. 김 원내대표는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맴)'의 고사를 신년화두로 제시하면서 원내대표직 수행 의지를 밝혔고, 연초 13일간의 아프리카 순방을마친뒤 `개혁적 중도보수' 노선을 표방하면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이 같은 의지도 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이에 따른당내 후폭풍을 견뎌내지는 못했다.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들이 행정도시법통과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김 원내대표를 정조준했고, 여기에다 여야 원내대표협상과정에서 행정도시법 처리와 과거사법 연기를 연계했다는 이른바 `빅딜설'까지등장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더욱이 박세일(朴世逸) 정책위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전재희(全在姬)의원이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김 원내대표로서는 당내 분란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 혼란을 막기 위해 사퇴한다는입장을 밝히면서 3대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더 이상 당내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 결심을 굳혔나. ▲사실 어제(3일) 저녁에 결심을 굳혔다. --행정수도특별법과 과거사법을 둘러싼 여야 `빅딜론'에 대한 입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은 부도덕한 사람이다. --소회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3대법을 마무리하고 갔어야 했는데 이를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 (서울=연합뉴스) 류성무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