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놓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데 국내 대회에서 쉴라거에게 설욕해 기쁩니다. 국가대표 최종선발전(2.23-25)을 목표로 훈련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최근 연고권을 놓고 전 소속팀인 KT&G와 법정 다툼에 들어간 `수비탁구의 달인'주세혁(26.세계 17위)은 17일 부천 송내 사회체육관에서 열린 `KT&G 세계톱랭커 초청 페스티벌'에서 2003세계선수권대회 때 결승 패배를 안겼던 베르너 쉴라거(오스트리아.세계 8위)에 3-1 역전승을 거둔 뒤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주세혁은 당시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신기에 가까운 커트 기술을 선보이며 쉴라거와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지만 2-4로 발목을 잡혀 한국 남자 사상 최고의 성적인준우승 쾌거를 이룬 주인공. 희귀한 수비 전형의 오른손 셰이크핸드인 주세혁은 국내에서는 `탁구황제' 유승민(삼성생명.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과 국내 실업랭킹 오상은(KT&G)에게 기를 펴지 못했지만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큰 무대에 강한 선수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 달 12일 상무에서 제대한 후 군 입대 전 몸담았던 KT&G와 연고권을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복귀를 거부하고 대한탁구협회와 KT&G를 상대로 선수등록 말소 가처분 신청을 제기, 스카우트 폭풍을 일으킨 상태. 이 때문에 주세혁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음에도 이날 국내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2년 전 뼈아픈 패배를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몸이 풀리지 않아 첫 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내준 주세혁은 백핸드 드라이브가일품인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진속공형의 쉴라거에 적응되면서 수비 안정을 찾았고커트 수비로 쉴라거의 기운을 뺀 뒤 빠른 공격 전환에 이은 포어핸드 드라이브 공격으로 착실히 점수를 쌓아 2세트를 이기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003세계선수권 당시 소극적인 공격과 잦은 공격 범실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주세혁은 이날 수비 대 공격 비중이 6.5대 3.5로 2년 전과 변함이 없었지만 빈틈없는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드라이브가 테이블 구석에 꽂히면서 결국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낚았다. 주세혁은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초청경기인 킬러스핀대회에서 3-1로 이겨 자신감이 붙었고 특히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세계선수권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이겨 기분좋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진로 관련, "뛰고 싶은 팀에 가야 지금보다 운동을 잘 할 수 있을 것같다. 법정 소송에서 이긴 뒤 창단팀이 있으면 그 팀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 팀중 선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천=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