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의 살 길이 열렸습니다" 3일 오후 10시40분 오랜 기다림끝에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지도법사 법륜스님이지율 스님의 단식중단 소식을 전하자 회관 1층 법당에 모여있던 신자 70여명은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법륜 스님이 상기된 목소리로 정부 대표와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리자 신자들은오로지 지율 스님이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다는 기쁨에 환한 웃음으로 서로 어깨를토닥이며 스님의 발표를 경청했다. 일부 신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경각에 달렸던 지율 스님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된 것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세종로 정부청사에서는 이강진 총리실 공보수석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건교위의 환경영향 공동조사단 구성 촉구 결의안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의견을받아들여 협상한 결과 지율스님측과 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국회 건교위가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을 권고하고 환경훼손 여부 검증을 위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양측에제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부터였다. 이어 이해찬 총리가 오후 2시께 단식 장소인 정토회관을 찾아 지율 스님 면담을요청했으나 거절당하면서 한때 먹구름이 비치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 6시20분께 남영주(南永柱) 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 모종의 정부중재안을 갖고 시내 정토회관을 찾았고, 이 때부터 신자들 사이에는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남 비서관은 정부의 타협안을 내놓은 뒤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오후 7시55분께다시 정토회관을 찾았고, 이 때부터 협상에 뭔가 진전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신자들 사이에 번지기 시작했다. 결국 협상 타결과 단식농성 중단의 희소식이 전해지면서 법당은 순식간에 희열이 번지기 시작했다. 100일째 단식으로 `의학적 한계'에 이른 지율 스님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듯 했으나 오랜 단식의 후유증이 우려되는 만큼 갑자기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무리라는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일단 정토회관에 더 머물기로 했다. 주치의인 강남성모병원 차봉현 내분비내과 과장은 "갑작스럽게 주사제를 투여하기보다 미음 등으로 영양 공급을 안정적으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스님은당분간 회관에 머물면서 몸을 추스를 것으로 알려졌다. 온 국민의 시선이 정토회관에서의 지율스님측과 정부의 협상 결과에 집중돼 있던 이날 저녁 광화문 일대에서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천개의 촛불이도심 거리를 수놓았다. 집회에 앞서 정토회와 환경정의 소속 40여명으로 된 초롱 행진단이 서울 서초동정토회관에서 도보로 광화문까지 초록 초롱을 들고 행진을 벌여 퇴근길 시민들의 지원을 구했다. 지율스님의 건강과 천성산 공사의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촛불 행렬은 서울뿐만아니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과 광주우체국 앞 등 전국 17개 도시에서도 이어졌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토회관 앞에서는 `도롱뇽의 친구들'로 구성된 밴드가 축하공연을 했고 신자들은 4일 새벽 0시를 넘긴 시각까지 회관이 준비한 다과를 들며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율 스님과 함께 6일간 단식에 동참했던 신자 길주옥(49.여)씨는 "스님의 뜻에동참하고자 단식을 함께 했지만 대통령이나 정부가 그리 냉혹한 사람들이 아니라고믿었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기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