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미국 달러가치에 연동돼 있는 현재의 고정(페그) 환율제 대신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는 달러 외에 유로화 엔화 등 주요 국제통화를 '바스켓'으로 묶은 뒤 이들 통화의 환율 움직임을 반영,가중평균 방식으로 적정 환율을 산출해 고시하는 방식이다. 고정환율제도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한 시스템이지만 환율을 시장의 결정에 완전히 맡기는 것은 아니어서 관리변동환율제도라고도 부른다. 한국도 지난 80년부터 10년간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운용하다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2월까지 시장평균환율제도(상·하한폭 두는 변동환율제),그 이후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를 받아들여 완전한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이행했다. ◆원·위안화 동조화될까 중국이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하되,4대 교역 대상국인 한국의 원화도 바스켓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국내 경제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화가 중국의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경우 두 나라의 통화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그 만큼 커진다. 중국이 페그제를 유지하면서 위안화를 절상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원화가 받을 연쇄 절상 부담이 그 만큼 완화될 전망이다. 중국으로서도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운용할 경우 달러 외에 다른 주요 통화의 움직임까지를 한꺼번에 반영해야 하며,따라서 현행 목표치(달러당 8.28위안)를 낮추는 방식에 비해 절상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문가들,"가능성 높은 얘기" 중국 위안화 절상 방식은 △목표치를 낮추는 방식 △하루 변동폭을 확대하는 방식 △복수통화바스켓 제도 등 세가지가 거론된다. 이 가운데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로의 이행을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어 채택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한다는 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얘기"라고 말했고,김석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원화가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통화바스켓에서 원화의 비중이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통화바스켓제 도입에 따른 한국의 이해득실을 따지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결단' 시기만 남았다 그러나 중국이 바스켓제도를 포함,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위안화 절상에 나설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 투자은행들은 중국 정부가 환율제도를 손질하는 방법으로 빠르면 올 6월께 절상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내에서는 아직도 조기 절상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 리뤄구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최근 "외부 압력이 아무리 거셀지라도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4일부터 런던에서 개최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위안화 절상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강력하게 개진될 것이란 점이 변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