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맹독성 농약이 허용 기준치보다 최고 40배까지 함유된 중국산 삼을 국산 인삼으로 속여 시중에 대량 유통시켜온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인삼 중 25%가 농약 함유량 등에 대한 아무런 검사없이 중국에서 밀수된 뒤 국산 인삼으로 둔갑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성시웅 부장검사)는 인체에 유해한 농약을 기준치 이상 함유한 중국산 삼을 국산 인삼으로 속여 판매한 서울 경동시장 일대 인삼판매상 18명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이 중 죄질이 무거운 송모씨(49) 등 4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서모씨(50·여) 등 나머지 14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검사를 거치지 않은 국산 인삼 등을 팔아 온 김모씨 등 4명을 약식기소했다. ◆국내에 판매 금지된 맹독성 농약 살포=송씨 등이 국산 홍삼이라고 속여 판매한 중국산 삼에서 검출된 농약은 벤젠헥사크로라이드(BHC)로 DDT와 같은 살충제다. 이 농약은 암,구토,경련 등 심각한 부작용은 물론 만성중독까지 유발시켜 국내에서는 지난 79년부터 생산 및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 농약은 제조하기가 쉽고 해충방제 효능도 좋은 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현재 중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상 BHC의 허용기준치는 자연상태에서 흡수될 수 있는 기준인 0.2?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번에 덜미가 잡힌 송씨가 판매한 인삼 4백여kg에서는 기준치보다 40배가 많은 양이 검출됐다. 최모씨(67·여·구속)가 판매한 삼에서도 기준치를 15.5배 초과한 BHC가 나오는 등 대부분 판매상들의 인삼에서는 허용 기준보다 평균 5∼6배 이상 많은 농약이 검출됐다. ◆중국산 삼 국내 한의원 약재로도 사용=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인삼 판매상 등이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거나 보관한 맹독성 중국산 삼의 양은 1천1백여kg으로 kg당 8만∼10만원으로 환산하면 1억원이 넘는 물량이다. 이번에 검찰과 합동조사를 벌인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중국으로부터 유해성 여부에 대한 아무런 검사없이 밀수되는 중국산 삼은 국내 전체 인삼 소비량의 4분의 1이 넘는 4백70t에 달한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중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53t과 국내 생산량 1천2백70t을 합쳐도 1천8백t에 달하는 연간 국내 인삼소비량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밀수량 중 일부와 중국으로부터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53t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내 한의원 등으로 들어가 고급 약재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품질관리원 측은 추정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