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프라다 이브생로랑 등 유럽의 패션 명가(名家)들이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다. 올초 중국산 섬유·의류에 대한 수입쿼터제 폐지를 계기로 값싼 중국 제품이 유럽시장을 휩쓸고 있는 데다 대량 생산되는 불법 복제품 때문에 유럽의 명품 패션 메이커들은 최근 수년간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중국산 의류의 급부상으로 유럽의 명품패션 기업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며 "지난 1월24일 개최된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서는 유럽의 명품패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암울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넋두리만 늘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유럽,패션 명성 사라진다=기성복의 대량 생산이 보편화되면서 맞춤복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급감하는 추세다. 특히 유명 디자이너들이 수개월동안 노력을 기울여 훌륭한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 내더라도 중국 의류업체들은 며칠 만에 복제품을 제작,유럽 시장에 역수출하는 경우도 많아 명품 업체들은 시장 확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방시 이브생로랑 베르사체 발렌티노 등 유럽의 대다수 패션업체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최고급 브랜드로 여겨졌던 웅가로는 현재 인수자를 기다리는 '매물' 신세로 전락했으며,루이비통도 실적이 저조한 자사의 잡화 브랜드 크리스찬 라크르와를 지난달 미국 면세점 업체에 헐값에 매각했다. 의류업체들은 생산시설 해외 이전을 통한 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유럽 내 패션업계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각광받았던 프랑스의 경우 최근 10년동안 수십개 업체가 도산했고,의류 관련 일자리도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프랑스 의류시장은 중국 포르투갈 북아프리카 등 외국산 저가 제품들이 60% 이상 점령하고 있을 정도다. ◆유럽 패션업계의 '중국 쇼크'=유럽 패션업계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중국산 섬유 수입쿼터제 폐지 이후 '중국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프랑스 의류협회의 디디에르 그럼바흐 회장은 "지난 2년간 유럽 국가들의 의류 수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중국산 의류 수입 규모는 두 배로 급증했다"며 "수입쿼터제 폐지를 계기로 향후 2년 내 중국 기업들은 세계 섬유·의류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섬유·의류협회(Euratex)에 따르면 유럽 의류업체들 중 30% 이상은 3년 안에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패션산업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피터 맨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의 패션업체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졌다"며 "기술 혁신을 통한 품질 향상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