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50년만의 첫 자유 민주선거가 30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1시) 이라크 전역에서 시작됐다. 이라크전 발발 후 22개월 10일만에 치러지는 이날 선거는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의 첫 선거로, 전후 혼란이 심화되고 있는 이라크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라크 유권자 1천400만명은 이날 투표를 통해 275석의 제헌의회 의원과 전국 18개주 지방의회 의원을 뽑게 된다. 또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아르빌을 포함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자치 지역 주민들은 쿠르드자치의회(111명) 구성을 위한 투표를 동시에 하게 된다. 저항세력의 투표방해 공격이 예고된 가운데 실시된 이날 선거는 이라크 주둔 미군 15만여명과 이라크 방위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옵서버들과 각 정당 관계자 등 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에 산재한 5천200여개의 투표소가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그다드 북쪽의 사마라 지역 수니파 무슬림 지도자가 자신의 거주지 주민 어느 누구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수니파의 전반적 투표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로 사용되는 건물과 학교로 몰려들기 시작했으며 선거 관리인들은 이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 뒤 투표소로 들여보냈다. 신원확인을 마친 유권자들은 제헌의회와 지방의회 의원을 선택하는 2개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했으며 자치의회 의원까지 동시에 선출하는 쿠르드 자치지역 주민들은 3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했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대통령은 이날 바그다드 그린존에 설치된 선거본부에서 부인 네스린 무스타파 베르와리 여사와 함께 투표를 마친 뒤 "나는 오늘 아침 무척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모든 이라크인들을 축하하며 그들에게 이라크를 위해 투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에 작은 이라크 국기를 쥔 채 이날 선거가 자유세계에 합류하는 이라크의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임시정부는 선거를 방해하려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해 29일부터 사흘간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대부분 도시에서 야간 통금을 실시하고 이라크 군경과 다국적군 30만명을 배치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투표소가 공격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없으나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는 폭발음이 들리고, 바그다드 공항 인근의 미군 기지 근처에서도 산발적인 총소리가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또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 저항세력의 박격포 공격이 산발적으로 이어져 선거 하루 전날인 29일 하루동안 이라크 전역에서 20명 정도가 숨졌다. 또 저항세력은 29일 밤 바그다드 그리존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박격포 공격을 가해 미군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