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 기록이 남자 기록보다 4초 이상 빠른 이변이 일어났다. 제22회 동계유니버시아드 쇼트트랙 첫날인 19일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최은경(21.한체대)의 결승 기록은 2분22초249. 반면 남자 1,500m에서 1위를 차지한 안현수(20.한체대)의 기록은 무려 4.7초가량 느린 2분26초991에 그쳤다. 같은 거리를 놓고 겨루는 경기에서 남자 선수의 기록이 여자 선수에 뒤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이날 여자 1,500m 경기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됐는 지를숫자로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의 3-3 맞대결로 펼쳐진 여자 1,500m 결승은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며 끝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였다. 최은경과 여수연(20.중앙대), 김민정(20.경희대)이 결승에 오른 한국은 중국 국가대표 왕웨이와 류추지아, 주밀레에 맞서 초반부터 앞쪽에서 한덩어리로 뭉쳐 기선을 제압하는 작전을 계획했으나 중국 선수들이 손을 이용한 '반칙성' 몸싸움을 걸어오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중반까지 중국 선수와 섞인 채 대열을 이뤄 레이스를 펼칠 수 밖에 없었고, 앞으로 치고 나가려던 '에이스' 최은경은 초반 2번이나 넘어질뻔 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관록의 최은경은 14바퀴 반을 돌아야하는 1,500m경기의 꼭 절반이 지날무렵인 7바퀴 째에서 과감히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앞을 가로막은 중국 선수가 비켜줄 틈을 줄 것 같지 않자 바깥으로 크게 원을그리며 돌았다는 최은경은 이때조차 중국의 최장신 류추지아의 방해로 벽쪽으로 바짝 붙어서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경기 후 털어놨다. 이렇게 한-중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레이스였기에 평소보다 기록이 단축된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남자 경기는 안현수가 초반 2바퀴째부터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긴장감이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여자 선수들의 기록이 힘과 스피드가 월등한 남자보다 4초나빠른 것은 여전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 윤재명 남자팀 감독은 "똑같은 거리를 뛰는 경기에서 여자 선수의 기록이 이 정도로 빠른 것은 정말 보기 드문 경우"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인스브루크=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