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없어서 못 먹었나? 병 때문에 못 먹었나?" 지난 18일 오전 대구시 동구 불로동 자기 집 안방 장롱 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모(5)군의 사인(死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 어린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자이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경찰은 김군 시체가 말도 못하게 야위어 있었고김군 부모의 진술과 정황 등을 종합해 사망 원인이 '영양실조' 또는 '기아(飢餓)'로추정된다고 밝혔었다. 김군의 아버지(39.노동)는 사건 당일 경찰 진술에서 김군이 병을 앓았었다는 말은 전혀 없이 "돈이 없어 굶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었다. 또 경찰이 숨진 김군의 집에 현장 확인을 하러 갔었을 때도 먹을 것이라고는 유통기간이 거의 다 됐거나 지난 우유 몇 통을 제외하고는 없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20일 오후 김군의 주검을 부검했던 경북대 의대 법의학교실은 김군의체중이 같은 또래 어린이의 3분의 1 정도인 5㎏에 불과하고 특이한 외상이 없다며 사인이 장기간 굶어서 죽는 '기아사'로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사건이 알려지고 3일이 지난 21일 김군을 진료한 적이 있는 한 소아과의사가 김군의 병사(病死)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사는 "진료 당시 발육 상태 등으로 미뤄볼 때 숨진 김군과 김군의 여동생(2)은 희귀 난치질환인 '선천성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었으며, 김군의 어머니에게 큰 병원에서 정밀진료를 받아보도록 권유했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군이 앓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병은 운동 장애는 물론 음식물을 삼키거나 먹는 섭식(攝食) 장애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김군이 지독한 가난 때문에못 먹었다기보다는 질병 때문에 먹지못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김군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정밀진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김군의 건강보험을 확인한 결과 김군은 30여차례에 걸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 병을 진단하기 위한 것은 없었고, 그나마 지난 7월을 전후해서는 병원도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애초 사망 원인을 '기아사'로 추정했던 경북대 법의학교실도 김군의근육세포를 떼어내 정밀 분석에 들어갔으며, 경찰도 부모를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진술을 하는 동안 김군의 병력(病歷)을 말하지 않은 경위 등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가정 주부 박모(31.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김군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는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5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가 그렇게 죽어간 것은열악한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서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고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