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23일 저녁 박근혜(朴槿惠) 대표,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초청,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은 여야가 대치끝에 지난 21일 `4인 대표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임시국회를 정상화시킨 직후 열린 탓인지 김 의장과 한나라당 지도부 모두 `상생(相生)정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였다. 김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회의장 공관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모인 것은 처음인 만큼 이를 계기로 `상생정치'의 진정한 출발점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의장은 "`나는 정(正)이고, 너는 사(邪)다'(나는 바르고 너는 나쁘다)라는 흑백 논리가 정치권을 지배해왔다"면서 "이같은 낡은 옷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기만 의장 공보수석이 전했다. 김 의장은 "여야라는 두 개의 날개로 정치가 날아야 한다"면서 "`4인 회담'에서 어려운 합의를 이끌어냈다. 여야가 한발짝씩 양보해 역지사지와 인내, 관용의 정신으로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을 반드시 성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박 대표는 `답사'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때 정치권이 국민에게 무엇인가 푸근한 것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면서 "4인 회담을 계기로 여야가 다시 신뢰를 쌓고 정치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정치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책임감을 갖고 국민에게 용기와 꿈을 줘야 한다"면서 "한쪽 노력만으로 되지 않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야당으로서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상생정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김 수석은전했다. 이날 모임에선 정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김 의장의기자시절에 얽힌 에피소드 등 `가벼운' 얘기들이 오고 갔다는 후문이다. 특히 국회 산자위원장인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자신의 기자 시절 김 의장이 11대 민한당 대변인이었다는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김 의장은 박 대표가 "올해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이 뭐냐"고 묻자 "가장 기억되는 일이 한 가지 있는데, 그리 유쾌하지 않아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말하는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 의장은 두 시간여에 걸친 만찬을 끝내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참석자들이 현관에서 차를 타고 떠날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악수를 건넸다. 이날 만찬에는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전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양식을 메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분위기에 고무된 듯 양주 몇 잔을 돌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