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호 황태자와 올림픽호 황태자.' 이동국(25.광주)과 조재진(23.시미즈)이 본프레레호에서 2살 차이의 '신.구 황태자'로 나란히 빛을 발했다. 이동국은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A매치에서 1-1로위기감이 감돌던 후반 25분 벼락같은 오른발 터닝 발리슛으로 전차군단을 무너뜨리는 결승 축포를 쏘아올렸다. 본프레레호에 탑승한 이후 10경기에서 무려 8골째 득점 행진. 19세에 태극마크를 달고 승승장구하다 히딩크호에서 낙마해 2002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그라운드 한켠에서 지켜보며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동국은 본프레레호에서 확실한 킬러로 자리를 굳히며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젖혔다. 이동국은 경기 직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믿어지지 않는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기쁜 날이다. 어려운 자세에서 슛을 했는데 골이 네트에 꽂힌 것을 보고서야 아 진짜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국은 전반 16분에도 '황금날개' 김동진의 왼발 캐넌슛을 사실상 어시스트하는 오른쪽 측면 크로스로 선제골에 디딤돌을 놓았다. '게으른 천재', '겉멋만 든 오빠부대 원조 스타'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해야 했던 이동국은 이제 본프레레 감독의 두터운 신임 하에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거침없는 득점 행진을 이어갈 기세다. 이동국은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내년에도 기대해달라"고팬들에게 약속했다. 이동국은 또 그동안 시달려왔던 '아시아용'이라는 비판도 잠재웠다. 이동국은 그동안 A매치 40경기에서 16골을 작렬했지만 아시아 이외 국가와의 대결에서는 단 3골에 그쳤고 그나마 유럽 강호와의 대결에서는 한번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이동국은 그러나 이날 결승골로 유럽에도 통하는 킬러임을 어느 정도 입증하게됐고 3년 전 독일 브레멘에서 맛봤던 아픈 실패의 기억도 독일대표팀 정예 멤버들을 상대로 깨끗하게 씻어냈다. 올림픽호에서는 펄펄 날았지만 성인대표팀에서는 활약이 미미했던 조재진도 본프레레호 마수걸이 득점포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조재진은 후반 교체 투입되자마자 활발한 몸놀림으로 독일 수비벽을 흔들었고종료 4분 전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을 꿰뚫고 만들어준 단 한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통산 A매치 3번째 골로 연결했다. 조재진은 이날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어 미국 전지훈련 등을 통해 김동현(수원),남궁도(전북) 등과 펼쳐야 할 본프레레호의 '젊은 피 킬러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부산=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