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야당 대선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의 얼굴변형이 독성 화합물인 다이옥신에 의한 약물중독에 따른 것이란 진단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선 결선 재투표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결선투표 당시부터 독살설을 제기하면서 대여공세에 나섰던 유시첸코측은 즉각 "집권세력의 정치적 보복이었다"며 정치 쟁점화에 나선 반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측은 일단 공식 입장표명을 유보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오스트리아 의료진의 이번 `약물중독' 발표가 2주일 앞으로다가온 결선 재투표에서 유시첸코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있다. 그동안 유시첸코측이 끊임 없이 제기해 온 집권세력에 의한 약물중독설이 의료진에 의해 공식 확인된 만큼 야누코비치측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란이유에서다. 정치 분석가인 볼로디미르 말린코비치는 11일 "야누코비치가 이번 약물중독에개입했다는 점을 증명하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발표로 유시첸코의 집권 가능성이 52%에서 60%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유시첸코도 의료진의 약물중독 발표를 대여공세의 소재로적극 활용했다. 그는 "나의 집권가능성에 놀란 집권세력의 보복임이 드러났다"며 "이들은 나를 독살하려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재투표 시위의 근거지였던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 남아 있던 유시첸코 지지자들도 "이번 발표 이전에도 우리는 그가 약물에 중독됐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정치인들은 최소한의 동정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반면 야누코비치 캠프는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결선 재투표 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최대 지지자였던 겐나디 바실리에프 검찰총장이 해임되고 쿠츠마 대통령 마저 사실상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상황에서 또다른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야누코비치의 한 측근은 "선거를 불과 2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발표가 나온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이번 일은 우크라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참으로 고통스런 쟁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선거를 놓고 대립했던 미국과 러시아도 이 문제를 놓고 또다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대립했다. 유시첸코를 지지해 온 미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진단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러시아는 "다이옥신은 즉각 효력을 발휘하는 독극물이 아니라 수십년이 지나야 독성이 나타난다. 하루 한알로는 독살이 불가능하다"며 검진 결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키예프 AFP=연합뉴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