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긴 침체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지만 연착륙에 성공해 상당기간 4~5%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동안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산업화이후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면서 "과거의 성장동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꿔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성장엔진은 저임금, 정부주도, 노동집약형 산업 등이었지만 중국, 인도 등의 부상에 따라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앞으로의 성장엔진은 지식기반서비스업이 될 것이며 교체작업이 현재 곳곳에서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과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박 총재는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해 콜금리를 내려도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과 `고용없는 성장'의 지속 등이 엔진교체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고용없는 성장은 국민을 어렵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지만 새로운 엔진을 빨리 만드는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이런 현상은 사회안전망이 보호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독일을 예로 들면서 "50년부터 73년까지 일본은 9.7%, 독일은 6.1%의 고도성장을 하다가 이후 일본은 20년동안 4%대 성장을 한 데 비해 독일은 이후 30년동안 2%대 성장에 그쳤다"며 "일본이 계속 성장 중심 정책을 펼쳤으나 독일은 과잉사회복지와 경직화된 노동시장 등으로 인해 저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부가가치세 전격 도입과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도입, 김대중 대통령의 의약분업실현 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는 개혁에 잘 적응하는 능력이 있어 지금의 위기도 연착륙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상당기간 4~5%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