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9일 하루동안의 인도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럼즈펠드의 이번 방문은 미국이 대 테러전 등을 통해 국제사회를 주도해 나가는데 인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 동시에 오래된 동맹국인 파키스탄과의 관계도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특별히 주목을 끌었다. 그가 인도에 머문 시간은 24시간도 채 못됐지만 일단 그는 부시 2기 행정부 소속으로 인도에 들른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과, 지난 5월 인도의 정권교체가 이뤄진이후에 인도를 방문한 첫번째 각료라는 상징성을 안고 왔다. 우선 작금의 국제적 상황에서 인도가 미국에 어떤 존재냐의 문제는 "떠오르는강대국인 인도와의 긴밀한 유대를 지속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미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서 단적으로 확인됐다. 럼즈펠드를 수행한 이 관계자는 또 "인도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이슬람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알-카에다나 탈레반에 가입한 인도인은 한명도 없으며 이것을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서방의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범세계적으로 테러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인도의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도는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4억달러, 이라크의 인도적 지원에 2천만달러를 각각 내놓기로 했으며 탁월한 선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내년 1월에 총선이 예정된 이라크 선거담당 직원들을 훈련시킬 의사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문제에 관해서도 이란과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에 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도는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간의 재건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아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민은 P3C 대잠초계기 8대를 비롯해 총 12억달러어치의 무기를파키스탄에 판매키로 한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인도와 비(非)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파키스탄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럼즈펠드의 이번 인도 방문도 사실은 파키스탄에 대한 무기판매와 관련해 인도의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판매할 무기가 테러전에 사용될 방어용인 만큼 인도에는 위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어쨌든 인도는 럼즈펠드에게강하게 항의했고 그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럼즈펠드는 이날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국방장관과 회동한 뒤 "인도 정부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국간 국방협력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하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또 "그 문제가 대화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인도 방문을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을 경계했다. 럼즈펠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평화협상에 부작용을 갖고 올 수도 있다"며 인도측이 제기한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은 두 나라와의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원론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표면적인 항의와는 무관하게 "이번 회담이 아주 유익했다"는 무케르지 장관의 발언이나 "양국간의 점증하는 국방협력에 대한 만족감이 피력됐다"는 외무부 논평으로 볼때 인도와 미국은 이번에 양국간 협력확대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