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이파' '메르복' '난마돌' 등 잇따른 태풍으로 1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필리핀 정부가 '태풍 피해의 주범은 무분별한 벌목행위'라며 고육지책으로 벌목 금지령을 내렸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4일 태풍피해가 가장 극심한 북동부 루손섬의 제너럴나카르 등 3개 지역을 순시한 직후, 전국적으로 모든 벌목행위를 중지할 것을 긴급지시했다. 아로요의 이런 지시는 무분별한 산림채취로 태풍이 발생했을 때 산사태 등 대형재해가 잇따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코라손 솔리만 사회복지장관이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너럴 나카르 등 3곳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모든 벌목행위가 당분간 중지된다고 솔리만 장관은 강조했다. 이는 태풍의 추가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벌목 중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솔리만 장관은 덧붙였다. 필리핀의 실제 산림면적은 700만㏊로 이 가운데 정부의 승인을 받은 벌목 면적은 18건에 80만㏊에 이르는 것으로 환경자원부는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번 특별지시로 벌목업체들의 반발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로요 정부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갖게 됐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 태풍 무이파와 메르복으로 이미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 필리핀에는 지난 2일오후에도 루손섬 북부지역에 특급 태풍 난마돌이 최고 초속 61m의 강풍과 함께 상륙, 곳곳에서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키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필리핀군 당국은 3일 동부지방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숨진 484명의 사체를 추가발견, 사망자는 527명으로 늘어났으며, 적어도 352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밝혔다. 또 행정체계의 혼선으로 군, 경찰, 행정기관 등의 사망ㆍ실종자 집계가 차이를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닐라 인근 케손지역의 세 마을에서만 479명이 숨지고 560명이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재산피해 역시 지금까지 모두 3천130만달러로 추산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대책본부측은 우려했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노후도로 85곳에서 산사태가 발생, 중부지역을 관통하는 호치민고속도로 구간 가운데 상당수가유실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