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 국채의 대량 매도에 나설까.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겨냥한 미국의 약달러 공세가 계속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이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량으로 팔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발(發) 환율전쟁 불붙나=26일 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대폭 줄였다는 소식에 달러화가 또다시 유로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액을 1천8백억달러까지 줄였다"고 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용딩 위원의 발언이 달러화 하락을 촉발시켰다. 중국이 달러화 하락으로 인한 보유 채권의 손실을 막고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맞서기 위해 대량으로 미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담과 선진·신흥공업국(G20) 회의에서 미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스노 재무장관,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까지 총출동,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한 데 대해 리뤄구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가 "중국은 외부 압력에 밀려 위안화 평가절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 것도 중국의 공격적 국채 매도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일본 러시아의 움직임도 관건=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인 일본이 지난 9월 중 2년 만에 처음으로 미 국채에 대해 순매도에 나선 것도 최근 엔화 강세와 맞물려 시장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7천억달러 이상의 미 국채를 보유 중인 일본이 미 채권 매도에 앞장설 경우 그 충격은 사실 중국의 국채 매도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 중앙은행이 달러로 가지고 있는 보유 외환을 팔고 이를 유로화로 바꾸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 세계 다수 국가가 달러화 투매에 나설 경우 달러약세가 미국에 더 무서운 부메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국채매도로 맞서라=모건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최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미국의 경상적자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에는 중국이나 아시아 각국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이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통화절상 압력을 계속 수용할 경우 한국과 중국 모두 '저성장-저금리-저인플레-자국통화강세'라는 지난 90년대 일본식 불황의 함정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시아 각국이 보유한 미 국채량을 줄일 경우 앉아서 보유 달러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