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바람둥이였던 카사노바는 그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여인만도 1백명이 넘는다. 이토록 여인편력이 많았는 데도 그는 성병에서 자유로웠고 한 명도 임신을 시키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순전히 콘돔 덕택이었다고 한다. 콘돔이 언제 만들어지고,누가 개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다만 추측만이 분분할 뿐이다. 그 중 하나는 16세기께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엽색행각을 보다 못한 주치의 콘턴이 왕실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역시 같은 시대에 살았던 팔로피우스라고 하는 해부학자가 콘돔을 만들어 보급했다는 얘기도 있다. 콘돔이라는 어휘도 그 연원이 각각이다. 페르시아에선 동물의 창자로 만든 긴 저장용기를 켄두 또는 콘두라고 불렀는데 초기의 콘돔이 양과 같은 동물의 창자를 수가공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이라고 한다. 또 그릇이나 저장소를 뜻하는 라틴어의 콘두스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가 하면 프랑스의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초창기 동물들의 내장으로 만든 콘돔이 고무재질로 바뀌면서 상용화된 것은 19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두께가 얇아지고 피막의 내구성이 길어지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금과 은을 이용한 다양한 첨단콘돔이 선보이고 있으며 음악을 곁들인 '노래하는 콘돔'까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 콘돔이 등장한 것은 개항기 때로 그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됐고 질 역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칭도 콘돔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 말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종종 문제로 지적돼 왔었다. 마침내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새 이름을 공모해 국내 시판용에 한해 콘돔 대신 '애필(愛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사랑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다. 콘돔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가 만연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피임의 성공률도 아직은 콘돔만한 게 없다. 우리 말로 이름지어진 애필이 친숙해지면서 건전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담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