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가 걸려있는 알토란 같은 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느 나라나 정권의 운명마저 바꿀 심각한 이슈다. '한국형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재정경제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데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김근태 장관이 반기를 들어 한때 파문을 일으켰지만 그 이상으로 논쟁을 벌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미국도 이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사회보장기금(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의 민영화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치열한 이론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회보장기금의 민영화는 노후 보장을 위해 현재 안전한 국채에만 투자하고 있는 연금재원의 일부를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용토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부시 대통령이 제안했다.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1년도 넘는다. 가깝게는 11월2일 대선 공약으로 부각돼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실제 아이디어는 그보다 훨씬 전에 제기돼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고 해서 기금의 민영화가 결정된 것도 아니다.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개월,아니 몇 년이 더 걸려야 결론이 날지 모를 사안이다. 민영화 반대론자들은 민영화로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아이디어는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칠 경우 재원고갈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론을 펼치고 있다. 기금의 민영화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구체적인 입법작업이 시작되면 더 확산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사회보장기금을 적용받는 국민은 무려 1억5천6백만명으로 근로자의 96%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금을 타는 65세 이상의 노인 소득중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나 되고 노후를 기금에만 의존하는 사람들도 20%나 된다. 경기부양도 시급하고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후를 안전하게 보내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고 현실적인 과제다. 정책혼선이라는 비판이 있더라도 미국처럼 좀더 치열한 논쟁을 벌여 봄직하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