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내수 부진 등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경제호(號)'를 떠받친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월간 최고 수출기록을 네 차례나 갈아치우는 등 수출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기록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10월 연간 누적 수출액은 2천77억8천만달러로 공식 수출집계가 시작된 지난 1948년 이후 56년만에 2천억달러를 돌파,세계에서 12번째로 연간 2천억달러 수출 시대를 여는 쾌거를 이뤄냈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 1948년 1천4백만달러로 요즘 웬만한 중소기업의 한해 수출 실적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16년만인 1964년 1억달러를 넘어섰고 1971년 10억달러,1977년 1백억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이어 지난 1995년 1천억달러를 넘어선 지 9년만에 2천억달러 수출국가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수출 2천억달러는 멕시코를 제외한 남미 38개국 전체 수출 규모인 2천1백19억 달러(2003년 기준)에 육박하고,아프리카 전체 53개국 수출액(1천7백25억달러)보다 많다.


또 2천억달러 수출은 국민 한 사람당 4천1백67달러어치씩 수출한 셈이다.


이는 중국의 국민 1인당 수출액(3백40달러)의 12배,러시아(9백42달러)의 4배에 해당한다.


일본과 미국의 국민 1인당 수출액 3천7백10달러,2천4백88달러보다도 많은 것이다.


연간 수출 1억달러를 넘어선 지난 1964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21%로 대만(16%) 중국(14%) 일본(12%) 등 세계 20대 수출대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0.07%에서 2.6%로 늘어났다.


또 1백42개에 불과했던 수출 상품수는 8천2백12개로 증가했고 수출 상대국은 41개국에서 2백30개국으로 넓혀졌다.


"그래도 믿을 건 수출 뿐이다"라는 말이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입에서 공공연히 나올 만큼 수출은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민간 소비와 기업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 감소한 반면 수출은 38% 늘어나며 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수출 규모는 정부의 예상대로 작년(1천9백38억2천만달러)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2천5백억달러를 무난히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수출이 2천억달러 돌파한지 단 1년만에 3천억달러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미국(8년) 일본(5년) 중국(2년) 등 수출대국들이 2천억달러 돌파 시점에서 3천억달러 달성까지 걸린 시간을 두,세발 짝 앞당기는 것이다.


이계형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세계시장 호조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까지 매월 2백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고유가 환율하락 등 수출을 둘러싼 악재가 불거지지 않는 한 내년에는 연간 수출규모가 3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 수출전선을 휘감고 있는 이상 기류는 사실상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가 경제운용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주원 경기분석팀장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적정 수준의 환율방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4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 포상을 받는 8백여명의 유공자들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2천억달러 수출시대를 앞당긴 '무역 선구자'들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수출시장 다각화를 통해 세계 각국에 'Made In Korea' 가치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