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갈치가 제 맛을 내기 시작한다.


예전에 갈치는 집에서 자주 먹던 값싼 음식 재료였지만 요즘은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금치"가 돼 보통 비싼게 아니다.


< 사진설명 : '제주어람'의 갈치조림 >


그래서 갈치조림을 파는 식당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갈치조림 하면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 골목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20여년 전부터 남대문시장 내에 형성되기 시작한 갈치조림 골목은 비좁고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점잖은 중년신사부터 넥타이 부대,아줌마,젊은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찾는 곳이다.


남대문시장에서 갈치조림의 원조로 꼽히는 곳은 '희락'(02-755-3449)이다.


갈치조림만 25년 넘게 팔아온 터줏대감이다.


오래되고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나오는 이 집 갈치조림은 한 번 먹었다하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


주인 부부(문의식·노경순)의 고향이 전라도여서인지 음식 맛도 남도풍이다.


고춧가루 마늘 대파 등의 양념을 사용해 모두 세차례 끓이는 과정을 거쳐 내놓는다.


처음 5∼6분 가량 센 불에 졸이고 두번째로 5분 가량을 끓인 뒤 손님에게 내기 전 다시 3∼4분 강한 불에 달군다.


빨갛지만 맵지 않고 무에서 나오는 단맛으로 감칠맛이 기가막히다.


점심 때는 줄을 서야 하므로 그 시간 때(오전 11시30분∼오후 2시)를 피하는 게 좋다.


장소도 매우 협소해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 먹어야 한다.


1인분 5천원.계란찜(4천원)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근처에 경상도식으로 갈치조림을 내놓는 '왕성식당'(02-752-9476)이 있다.


뚝배기에 나오며 양념보다 갈치 맛에 더 비중을 두는 곳이다.


문혜순 사장(56)이 옷장사를 하다가 친구가 하던 백반집을 인수해 갈치조림을 시작했다.


다시마 끓는 물에 직접 만든 매실주를 넣어 비린내를 없애는 게 비법이라고 말한다.


갈치조림 골목은 남대문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숭례문 수입상가(게이트 1)로 들어가 우측편에 위치해 있다.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위치를 알려준다.


갈치하면 역시 제주산이 최고다.


하지만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아 제주산 갈치를 제대로 하는 곳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제주어람'(02-3661-2999)은 1백% 제주갈치만 쓰는 곳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맛으로 주변 일대에 소문이 나 점심 때는 빈자리가 없고 저녁에도 예약을 해야만 한다.


유명 대기업 총수에서부터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이 먼길을 마다않고 찾는 곳이다.


큼지막하게 썬 갈치 살을 먹는 맛은 무엇과도 견주기 힘들다.


맵고 짜지 않은 양념이 적절하게 배어들어 깊은 맛을 주고,부드럽게 넘어가는 무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제주산을 제대로 쓰는 식당은 갈치조림이나 구이는 사실상 별로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파는 경우가 많다.


대자가 4만원,중자가 3만원이다.


살로만 가득찬 갈치구이는 1인분에 1만2천원이다.


이 곳은 쫄깃한 고등어회(4만5천원)로도 명성이 드높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섭지코지'(02-3673-5600)도 제주향토음식 전문점이다.


강하게 양념을 해 갈치조림의 달착지근한 맛이 구미를 당긴다.


서울 강남 차병원 건너편에 위치한 '제주탐모리'(02-552-0664)도 제주산 갈치를 사용한다.


미리 큰 솥에 끓였다가 떠서 내온다.


시래기도 맛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제일골프장(031-400-2600)의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나오는 갈치조림도 골퍼들 사이에 소문난 곳이다.


제주산 갈치를 넣은 뚝배기는 국물이 가득한 데 맵지 않고 달착지근한 게 별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