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중앙정보국(CIA)의 요청으로 CIA가 이라크 수감자들을 심문하기 위해 이라크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밀 메모 초안을 작성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는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협약'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작전에 관여했던 한 정보관리는 CIA가 지난 6개월동안 이라크 수감자 10여명을 이라크 밖으로 이동시키는데 이 메모를 법적 근거로 이용했으며 국제적십자사 등 감시기구들이 이들 수감자들에 대해 알 수 없도록 숨겼다고 밝혔다. 지난 3월19일 법무부 법률자문실이 작성한 이 메모는 CIA가 이라크인들을 심문하기 위해 '짧지만 정해져 있지 않은 기간동안' 이라크 밖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허용하고 있다. 메모는 또 CIA가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을 '현지이민법'에 의거해 영구 추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 메모의 견해가 '어떤 이유로든 보호구금중인 사람들을 점령지에서 이동시키거나 추방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제네바협약 49조를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49년 체결된 제네바 협약은 특히 이 조항을 위반하는 것은 협약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법무부의 메모는 각주에서 "심문의 편의 때문에 구금자들을 이라크 밖으로 이동시킬 때에는 협약 49조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며 "이라크 밖으로 이동한 구금자도 이 협약의 보호 하에서 인간적 대우를 받아야 하며 국제적 감시기구의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아프간전 동안 알 카에다 소속원들은 이 협약이 규정하는 '보호되는 사람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 심문을 하기 위해 이들을 관타나모 수용소등 아프간 밖으로 옮긴 바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이끌던 군대와 바스당의 전 당원들, 이라크 무장세력은 제네바 협약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메모를 본 국제법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법리 전개가 관례와는 다르며 문제가있다고 평가했다. CIA관리들은 구금정책을 검토하는 의회의 조사위원회와 국방부 및 CIA 자체조사관들에게도 이라크 밖으로 이동한 구금자들의 신원이나 소재를 밝히지 않았다고 2명의 미국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이와 함께 한 정부관리는 워싱턴포스트에 입수된 이번 메모가 '초안'이라는 도장이 찍혀있고 완성본은 아니지만 국가안보위원회와 CIA, 국무부, 국방부에 여러 부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연방기구와 행정부처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법무부 법률자문실은 지난 2002년8월1일에도 CIA와 백악관에 보내는 메모에서 해외에서 체포된 알 카에다 소속원들을 고문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메모는 고문을 금지하는 국제법은 '반테러전 하에서 수행되는 조사에 적용될 경우 오히려 위헌적'이라는 견해를 담고 있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은 지난 6월 이 메모가 공개됐을 때 그 내용을 부인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영 기자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