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늙어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한국 경제의 조로(早老)화를 나타내는 7가지 현상'이란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경제체질이 허약해지면서 곳곳에서 조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호황은 짧아지고 불황은 길어졌다"며 지난 72년 3월 이후 98년 8월까지 총 6번의 경기순환기 중 경기확장기의 평균 지속기간이 34개월이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제7순환기(1998년8월∼2003년7월) 중엔 24개월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수축기의 평균 지속기간은 19개월에서 35개월로 연장됐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올해 우리경제가 4% 성장에 그쳐 세계평균(5%)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세계평균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또 "취업구조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근로자 평균연령이 36.3세에서 2020년에는 40.1세로 높아져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2002년 40.7세)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투자 및 가계소비를 위한 자금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중유동성의 흐름이 차단당하고 있어 "통화유통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기업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은 한자릿수대로 추락하고 투자총액은 외환위기 직전보다 감소하는 등 "투자답보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미국 일본 등은 세계일류상품(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품목수가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세계일류 상품수가 10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주식시장에 새로운 블루칩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블루칩 기업들의 나이도 평균 43.8세에 달해 우리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런 조로화 현상을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구조 고착화,국가경쟁력 상실로 인한 '넛크래커 현상' 심화 등으로 선진국 진입이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