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가 수시모집에서 강남출신에 가산점을 주었다는 교육부 발표가 나오면서 '강남-비강남'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고 있다. 인터넷은 '강남-비강남'으로 짝 갈라져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부동산(아파트 가격차이)에서 촉발된 '강남-비강남' 문제가 그에 못지않은 폭발력을 지닌 교육문제(대학입시)와 맞물렸으니 그 파괴력은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집값 격차로 가뜩이나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려온 비강남권 사람들로선 열이 치받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강북의 일부 학부모 단체 등은 "부의 세습이 학력세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제 "교육부가 몇몇 사학과 강남이 연출한 불공정게임을 잘 파헤쳤다"면서 박수를 보낼 차례인가. 그러고 싶지 않다. 해당대학들은 반성하고 있을까. 되레 교육부를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는 내신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일선고교들은 상습적으로 내신부풀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고교별 지원자수,입학생수 등도 감안하지 않고 '로또'식으로 선발하란 말인가"라며 격앙돼있다. 교육부 발표와 대학들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학입시를 놓고 교육당국과 대학의 주도권 다툼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이 시작돼야 마땅한데도 교육정책의 피해자들인 교육수요자(학생 학부모)들만 '강남-비강남-지방'으로 갈가리 찢겨 싸우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부동산문제와 수도이전 등으로 '강남-비강남''서울-지방'간 갈등이 격심한 것을 뻔히 아는 교육부가 구태여 '강남-비강남-지방'으로 갈라 조사한 까닭을 묻고 싶다. 그래야 고교등급제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비강남인 여의도 목동 등에도 웬만한 강남 고교보다 대입성적이 나은 고교들이 많다. 분당 등 수도권 일부지역과 부산 대전 등 지방에도 명문대 입학성적이 뛰어난 고교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연·고대나 이화여대가 강남출신을 특별배려했다기보다는 '전국의 대입성적 우수고교들'을 감안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대학들의 해명도 그렇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교육부의 이번 고교등급제 조사는 '강남-비강남'이 아닌 대학별로 '대입성적 상위권 고교-하위권 고교'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런데도 유독 '강남특혜'를 부각시킨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가르기 분위기에 교육부마저 편승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전교조와 일부 시민단체에서 '강남특혜의혹'을 제기하자 교육부가 조사에 들어간 정황부터 그렇다. 국민정서가 '가진 자-못가진 자''강남-비강남''서울-지방'식의 편가르기로 치달을수록 정부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나라의 중심을 잡도록 하기 위해 국민세금으로 직업관료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한데도 정부부처들마저 걸핏하면 '강남-비강남''서울-지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얼마 전 "매일 서울의 이익을 생각하는 강남사람과 식사하면서 나온 정책이 분권적 균형발전 정책이 될 수 없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때 '코리안 드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강남을 '부조리의 시발점'으로 몰아붙이면 나라가 바로 서고 경제가 살아날까. 이른바 '강남발 부동산문제와 고교등급제 파문'은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지 강남(주민)탓이 아니지 않은가. 이동우 사회부장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