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3월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국의 독자적인 조사결과 확인됐다. 이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과 사담 후세인 정권의 축출 명분으로줄곧 내세웠던 `이라크의 WMD 위협 증대'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올 11월의 미 대선을 앞두고 큰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라크의 WMD 의혹에 관한 독립적 조사를 진행해 온 이라크 서베이그룹(ISG)의찰스 듀얼퍼 단장은 6일 이라크의 WMD 문제와 관련,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보고서를 완성해 미 의회에 보고했다. 듀얼퍼 단장은 미 상원에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 당시인 지난해 3월 WMD를 갖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듀얼퍼 단장은 이어 "걸프전이 있었던 1991년 이전에 생산된 화학 및 신경 작용제가 이라크에서 소량 발견됐다"면서 "그러나 군사적으로 의미있는 양의 WMD가 이라크에 은닉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은 장거리 미사일 체계 개발을 희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은 (걸프전 이후) 매우 절망적인 상태였다"며 "탄두개발에서 진척이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세인은 1991년 무기사찰이 시작된 뒤 화학ㆍ생물 무기 프로그램을 향후추진 과제로 남겨 놓았었다"며 "다른 WMD 분야 역시 언젠가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노하우를 유지하려 했을 뿐 당장의 과제로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화학무기 개발을 추진했었던 만큼 지난해 이라크 침공 때까지는 이라크가 수개월 후면 겨자 무기를, 1년 이내에 신경가스 무기를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 후세인이 유엔의 금수조치가 점차 허술해진 틈을 타 2000년부터 2001년사이 밀반입한 부품들로 미사일 설계 작업을 시도했었다고 밝혔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는 결론적으로 후세인의 위협은 미국이 이라크 침공 당시 주장했던 것처럼 즉각적으로 제거해야할 위협이었다기 보다는 먼 장래에 있을 수 있는 위협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듀얼퍼 단장은 후세인이 WMD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침공을 피하기위해 유엔 무기 사찰단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말했다. 듀얼퍼 단장은 다만 "후세인은 9.11 테러 이후 급변한 국제정세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WMD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이라크에 대한 유엔 금수조치 해제를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의 "머리 속에 들어가 봐야"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후세인이 국제정세 변화를 재빨리 파악하지 못하고 정보판단상의 실수를 함으로써미국의 침공을 피하지 못했던 으로 추정했다. 듀얼퍼 단장이 내놓은 보고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이라크에 WMD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이비드 케이 전 조사단장의 결론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가 미약한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공했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 같은 최종 보고서 내용에도불구하고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이라크 전쟁은 정당했다는 주장을 거듭 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9.11 테러는 테러리스트들이 화학,생물무기나 원자폭탄을 입수할 가장 유력한 장소가 어디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돌출한 것이 바로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이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구체적인 위협의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채 "후세인은 무기류나 물질, 또는 정보를 테러조직에 넘길 위험이 정말로 있는 인물이었다"며 "9.11 테러 이후 그 위험은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중인 블레어 영국 총리도 `듀얼퍼 보고서'는 유엔의 후세인정권에 대한 제재가 효과가 없었으며, 또한 후세인이 언제든 WMD를 개발할 의향을갖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전쟁을 옹호했다. 한편 미 민주당은 듀얼퍼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를 집중 공격할 태세를 보여 이라크의 WMD 문제가 내달 초로 임박한 미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 AFP.AP=연합뉴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