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증권시장에 '회사 자금 횡령 주의보'가 내려졌다. 횡령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가 최근 부쩍 늘어났고 최대주주나 경영진 교체 후 과거 횡령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자금 횡령설에 연루된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횡령설에 발목잡힌 주가 코스닥증권시장은 21일 셋톱박스 등을 만드는 테크메이트에 대해 자금 악화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이날부터 답변공시 후 1시간 경과 때까지 주식거래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0일엔 '유상증자 대금 등 회사자금 횡령설'이 나돌면서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회사측은 야간공시에서 "사실여부를 확인 중이며 사실관계 확인 즉시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코스닥증권시장은 창민테크에 대해서도 "회사 자금을 횡령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공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주가는 가격제한폭(1백35원,11.69%)까지 떨어진 1천20원에 마감됐다. 최근 6일간 주가가 무려 35.8% 하락했다. 이들 외에 코닉테크 한국통신데이타 BET 솔빛미디어 등도 회사자금 횡령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이 가운데 솔빛미디어만 "횡령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을뿐 나머지는 자금횡령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횡령설이 나돈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코닉테크의 경우 조회공시 요구 직전인 지난 10일 1천30원이던 주가는 이날 4백85원으로 반토막났다. 한통데이타도 최대주주가 80억원 가량 횡령한 혐의로 고발되면서 지난 10일 2천4백원이던 주가는 7일 만에 1천3백65원으로 43.1% 떨어졌다. 한통데이타는 이날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등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회사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주가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잦은 대주주 교체?경계? 회사자금 횡령설은 주가 급락과 자금난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회사자금을 횡령한 주체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사채 등을 사업자금으로 빌려 쓴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경기침체 등으로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힘들게 되자 급한 김에 회사돈을 빼돌린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는 자금사정이 호전되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양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회사돈 횡령이나 자금사정 악화 등은 외부에선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일단 회사 실적과 재무여건 등이 양호한지를 살피는 게 피해를 줄이는 1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등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회사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 등의 불법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를 미리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풍문 루머 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