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5년간 1인자로 군림해온 장쩌민이 당 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 당 총서기겸 국가주석에게 물려주고 난 하루 뒤인 20일.장쩌민 본인은 물론 그의 계파로 불리는 상하이방(幇)의 행보가 관심을 끌었다. 장쩌민은 이날 당 군사위 확대회의에 참석, "후진타오가 군사위 주석에 절대적인 자격요건을 갖고 있다"며 후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전날 당 중앙위원회에서 했던 후진타오에 대한 지지를 재차 강조한 것. 장쩌민의 오른팔로 불리는 쩡칭훙 국가부주석은 이날 신장 위구르족 간부 양성반 설치 5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주재하고 공산당 16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6기 4중전회)에서 후 주석이 주창한 당 집정능력 강화는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라고 말해 후 주석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도 이날 전인대 당 조직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당 집정능력 강화로 요약되는 16기 4중전회 정신을 학습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과거 피의 숙청 과정을 거쳐야 했던 세대교체가 시스템 위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징의 택시운전사에게 장의 사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생활이 안정되면 누가 되든 무슨 관계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 중국에서는 일반인에서부터 최고지도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 '안정'을 중시한다. 금리자유화나 위안화 환율제도 변경 등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안정을 전제로 움직인다. 궈수칭 국가외환관리국장은 최근 "환율시스템 변경이 평가절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환율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꿀 때에도 환율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중국의 안정 중시는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의 한 단면으로 치부될 수 있다. 또 무혈 세대교체를 계파간 타협으로 폄하할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 계파를 투쟁의 대상으로만 보는 한국의 정치 풍토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사회불안이 국가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중국 지도부는 가슴깊이 새기고 있는 듯하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