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요즈음 대학생들‥최순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최순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sjchoe@inha.ac.kr >
1970년대 대학시절은 소위 낭만이라고 할 만한 추억이 많았다.
날마다 스포츠 신문이나 일간지를 사들고 들어와 서로 고우영의 만화를 먼저 보려고 싸우거나 신문에 난 기사에 대해 비판하고 대화하던 일,혹 강의 시간에 빠졌을 때 강의노트를 손으로 옮겨 적느라 애쓰던 일,경제적 여건이 안 좋아도 개강이나 종강파티를 열어 교수님들과 막걸리를 나누며 인생을 배우던 일,다른 학과 학생들과의 체육대회는 물론 매년 전국의 화공과 학생들끼리 체육대회를 하고 막걸리 파티를 통한 수많은 만남은 물론 그 만남을 통한 생각의 교류가 우리를 살찌게 했다.
그러나 요즈음 대학생들에게는 아무런 교류도 없고 그냥 메마름만 있을 뿐이다.
인터넷 때문인지 신문 한 장 들여다보는 학생이 없고,친구 이외에는 옆에 있는 학생과의 교류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책을 같이 보거나 강의노트를 함께 보아야 할 때도 옆 학생에게 부탁하고 함께 앉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특히 요즈음은 교수가 강의노트를 사이버 클래스에 올려놓기 때문에 학생들이 강의노트를 빌리거나 복사를 위한 교류도 없어 한 학기동안 그렇게 서먹하게 지낸다.
이렇게 건조하기 그지없게 된 이유에는 공과대학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실시해 온 학부제가 한 몫 했다고 생각된다.
배움의 다양화를 위해 학과에서 학부제로 개편됐지만 그것이 정착되지 못하고 2∼3년마다 학부의 이름이 바뀌면서 전공필수도 바뀌는 바람에 군대에 갔다 온 학생은 그 사이에 변한 전공과목으로 입대하기 전 받은 학점에 대한 크레디트를 얻어야 하는 등의 혼란을 빚기도 했다.
1백∼2백명의 학생이 학부라는 이름으로 소속되지만 서로 다른 전공을 듣다보니 동급생의 한 개체라는 개념이 없어졌고,교수와 학생사이는 마치 학원 강사와 같은 관계가 됐다.
지난주 3학년 대상의 전공필수 과목인 '진로지도세미나'시간을 끝내고 소주 한 잔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강 학생 12명(남학생 9명과 여학생 3명) 전원이 참석했는데,입학연도는 남학생은 98,99,2000년,여학생은 모두 2002년으로 다양했고 출신지도 여러 곳이었다.
소주 대여섯 잔이 돌아가서야 그들끼리 통성명하고 형·아우하면서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특히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을 발견했다.
젊은 세대와 이질감을 느끼고 버려둘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화를 가짐으로써 우리 모두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행자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어른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