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석에 이어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까지 승계한 후진타오(胡錦濤) 체제의 북ㆍ중관계는 한마디로 실용주의가 더욱 강화되는방향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혁명 후 세대인 후진타오 지도부에서는 그동안 북ㆍ중간 거의 유일하게 혈맹과 순치의 관계가 유지돼 왔다고 할 수 있는 군사분야에서도 변화가 예상돼 주목된다. 혁명의 마지막 세대인 장쩌민(江澤民) 시대만 해도 중국 군부는 동북일대에서공동의 항일투쟁,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을 통해 다져진 혈맹과 의리를 중시하고 이념에 입각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념문제 등에서 자유로운 후진타오 세대가 중국 군부를 장악함으로써양국 군사관계에서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며, 무조건적인 후원이나 혈맹을 앞세운과거의 유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진타오 등 4세대 지도자들에게 혈맹이라는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 및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따라 북ㆍ중관계에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야심찬 경제개혁과 2008년 올핌릭을 치러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지나친 폐쇄와 고립을 견제하고 개혁과 개방을 지원 유도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의반대축으로서 북한의 존재를 활용하는 전략을 계속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장쩌민 시대와 후진타오 시대가 다르다는 점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 등을면밀히 분석하고 나름대로 북ㆍ중 관계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취임한 후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나는 전통적인 조ㆍ중 친선이 두 당, 두 나라 군대의 공동의 노력에 의하여 더욱 좋게 발전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후진타오 시대의 대북정책이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된다 하더라도 이에 역행하기는 힘들며 수용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핵문제 등으로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6자회담에서 중국의 중재역할,경제개혁 등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눈치를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 유연하게 임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중국 지도부의 변화를 느끼고 행동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후진타오 지도부는 안보문제 등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북한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문제를 미래의 중국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만큼핵 및 미사일 등과 관련해 북한에 여러가지로 강하게 요구하고 한편으로 경제지원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도 미국의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는데다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는상황에서 대중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실용주의 정책을 수용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