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울고, 고서화는 웃고.' 올해 경매시장에서 드러난 고미술품의 두 얼굴이다. 조선백자 고려청자 등 도자기는 지난 80년대 호황 때 비해 최대 5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반면 고서화는 좋은 물건들이 나오면서 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19일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경매에 출품된 1백53점의 고서화 중 67점이 낙찰돼 낙찰률이 4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옥션의 전체 낙찰률(45∼50%)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희소성 있는 '3원(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3재(정선 심사정 윤두서(조형석))'의 고서화들은 대부분 낙찰되는 등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출품작의 상당수는 소장가들이 20∼30년간 장기 보유하고 있던 고미술품들이다. 고서화는 2001년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가 국내 근·현대미술품 중 최고가인 7억원에 낙찰된 이후 지난해 겸재 정선의 그림에 사천 이병연의 제발이 붙은 '토잔(兎棧)'이 5천만원에 낙찰됐다. 올 들어서는 짙푸른 감지에 금니로 그린 단원 김홍도의 '나금화조도'가 1억원에 팔렸고 작자미상의 '까치호랑이'가 예정가(4천만∼5천만원)보다 높은 5천6백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7일 열린 서울옥션의 90회 경매에서 추사그림으로는 경매에 처음 출품된 김정희의 '묵란도'가 비교적 높은 가격인 3천7백만원에,석파 이하응의 '묵란도'는 예정가(8백만∼1천만원)보다 높은 1천8백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고서화 출품작들은 지난 80년대 전성기에 비해 다소 낮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좋은 물건의 경우 예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서울옥션측의 설명이다. 서울옥션의 이학준 상무는 "최근 고서화들이 경매에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매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거래가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 데다 민화 거래가 활발한 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