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는 16일 "노사간 합의가 안될 때 정부는 노사선진화 방안(노사개혁로드맵)을 독자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노사로드맵 논의를 강행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정부 일각에서 노사정위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왜 독자추진하나=이 총리는 이날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노사합의가 안된다고 해서 마냥 매달려 있고 정부가 무대책으로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나름대로 정부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노총이 내부 강경파의 반대에 밀려 노사정위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일부 특위 불참을 선언하는 등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노동계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정부의 경고로 해석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참여정부가 지난해 9월 노사개혁로드맵을 국제기준에 맞게 고치겠다고 공표해 국제기구나 외국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으나 노동계 내부의 반대가 워낙 거세 법개정 논의자체가 미뤄지고 있다"며 "정부로서도 더이상 노동계 페이스에 끌려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문제를 둘러싸고 벌써 1년이란 세월을 허비하는 등 국력낭비가 엄청나다"며 "민주노총이 참여하더라도 노사합의가 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기약도 없이 민주노총 참여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그러나 "노사간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인내력 있는 대화와 상호인식이 중요하다"고 밝혀 대화창구는 여전히 열어놓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열린 중앙위에서 현재 노사정위 개편방안 논의를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불참하고 노사정위 참여여부도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정키로 한 바 있다. ◆노사로드맵 어떻게 추진돼 왔나=노사로드랩은 노무현정권이 노사관계법·제도를 글로벌 수준에 맞게 끌어올린다며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사안. 친노(親勞)정부의 국정운영 최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핵심적 이슈다. 파업 중 대체근로허용,단위사업장 복수노조 창구단일화,해고요건완화,통상임금기준 변경,직장폐쇄 요건완화 등 사안 하나하나가 노사현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쟁점들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나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의 노사로드맵 방향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사로드맵을 지난해 말까지 노사정위에서의 논의를 끝낸 뒤 법안을 정부로 넘길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과 촉박한 시간제약,지난 4월 총선,민주노총의 불참 등을 이유로 들어 노사정위 논의를 미뤄왔다. 특히 민주노총의 참여는 현정부가 강한 애착을 갖고 추진해왔던 문제. 노동계 재계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기구에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총만 참여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기설 노동전문·정구학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