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카니발의 나라에서 수출강국으로." 브라질은 지금 수출 열기로 뜨겁다. 소규모 구두 가구공장에서 대형 철강 자동차공장까지 세계 각지로 실어나를 물건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브라질에서 3달러하는 토종브랜드 '하바이아나스' 샌들은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40달러 이상에 팔리고 있다. 올 8월까지 지난 2년간 브라질의 수출은 63% 늘어나면서 8백9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중도 좌파노선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집권한 후 수출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브라질에 대한 분석기사를 싣고 브라질이 적극적인 외교와 수출전략을 무기로 국제무대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역흑자 신흥시장국 중 최대=브라질의 지난 12개월간 무역흑자는 3백16억달러에 달했다. 산유국인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신흥시장국 가운데 단연 1위다. 지난 9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5%이던 수출 비중도 17%로 급증했다. 철강,자동차,농업,펄프,종이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막대한 자본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수출 붐을 타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뿐만이 아니다. 신용제공,창업지원 등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중소기업들의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대기업보다 30%나 높았다. ◆룰라 대통령 경제외교 두각=룰라 대통령의 '제 목소리 내는' 외교정책은 브라질의 경제역동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무역협상과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남미지역 통합계획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국제 빈곤퇴치노력에 앞장서는 한편 개발도상국가들의 리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내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빈곤퇴치 국제기금 설치를 제의할 예정이다. 50여개국 이상이 이 제의를 지지할 전망이다. 브라질은 이미 아프리카 최빈국들에 부채 3억1천5백만달러 이상을 탕감해줬다. 룰라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G20 결성을 주도했고,올해 설탕과 면화 보조금들을 둘러싼 무역분쟁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잇따라 승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틈새공략이 브라질기업 수출동력=브라질 기업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수출지역에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틈새공략이다. 중견 버스생산업체 마르코폴로는 다른 나라 자동차회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2002년에는 이슬람 종교의식에 적합하게 지붕을 걷을 수 있는 버스를 만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 팔았고,멕시코 시장에서는 22인승 미니버스로 승부를 걸었다. 대형사들이 갖기 어려운 유연성을 장점으로 살린 것이다. 세계 4위 항공기 메이커로,주로 소형 모델을 제작해온 엠브레어도 같은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엠브레어는 소형제트기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99년 70∼1백10인승 제트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94년 민영화되면서 적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이 회사는 향후 10년 안에 남미 소형항공기 수요의 40%가량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