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성적(性的) 패러디 사진이 게재돼 정국경색의 단초를 제공한데 이어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성적비하 대사가 담긴 풍자연극을 무대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서진(西進)정책'의 일환으로 호남까지 내려가서 선보인 연극의 내용이 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어서, 과거사 논쟁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정국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더욱 경색될 조짐이다.

한나라당 의원극단 `여의도'는 연찬회 첫 날밤인 29일 전남 곡성 농촌체험마을에서 `환생경제(還生經濟)'라는 제목의 연극을 창단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죽은 아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 `박근애'의 눈물겨운 노력끝에 `경제' 대신 아버지 `노가리'가 3년후 하늘나라로 가게된다는 게 기둥 줄거리.

공연에서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아버지 `노가리'의 언행을 통해 과거사.수도이전 현안을 포함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수도이전과 관련, 아버지 `노가리'는 `경제'의 죽음과 또다른 아들 `민생'의 병치레에도 불구, "집터가 나빠서 생긴 일"이라면서 이사를 주장하는 무책임한 가장으로 묘사된 반면 어머니 `근애'는 이사에 반대하고 `경제'의 회생을 빌며 흐느끼는 한국형 현모로 그려졌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정치현안에 대한 풍자뿐 아니라 "육XX놈", "개X놈" "불X값"등 욕설과 함께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등 원색적인 욕설이 대사로 사용됐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대변인단을 총동원하다시피해 한나라당의 연극내용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논평에서 "저속한 욕설과 성비하적 모욕으로 일국의 대통령을 욕해대는 것이 한나라당의 진면목이냐"며 "저열한 욕설경쟁이고, 낯뜨거운 충성연기"라고 맹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망월동 5.18묘역까지 참배한다면서 호남을 순례하는 이유가 고작 이것이었냐"며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잘못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형식(金亨植)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적이고 도덕적인 위트가 담겨야할 풍자극이 대책없는 육두문자 경연대회로 변했다"며 "당신들만의 말초적 관심사를 분출하는 장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당신들 개별적으로 화장실에서나 해소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갑수 부대변인도 "매일 마라톤회의 한다고 해서 이제 정신차리고 나라 걱정 많이 하는 줄 알았다"며 "어떻게 입만 열면 대통령 욕인가, 이제 회의 석상도 모자라 대본까지 써서 연극까지 한단 말이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대변인은 "연극은 연극"이라며 "실제 모습이 박근혜 대표인 사진 패러디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패러디 연극을 한 것 갖고 왜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며 "한마디로 시시한 문제로 국민을 또 다시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공연의 주제는 경제회생을 위해 노 대통령이 더욱 열심히 해달라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도 과반여당 답게 크고 넓게 보고 경제를 살리는 데 노력하길 바란다"고 가세했다.

한편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은 즉각 내놓지 않은 채 대응을 자제했다.

김만수(金晩洙) 부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꾸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공식 논평은 삼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평가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자해행위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구례=연합뉴스) 강영두 김중배기자 k0279@yna.co.kr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