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우리당의 역학관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에 연이은 신 의장의 낙마는 지난 1월 정식 지도부 경선을 계기로 당내 주도권을 쥔 `천.신.정' 트로이카 체제의 사실상 퇴조를 의미한다.

물론 당의 중심이 원내로 옮겨진 가운데 정기국회를 맞는다는 점에서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의 실권이 두 전임 의장의 공백을 상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계파의 세력경쟁이 조만간 가시화되면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권파의 장악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하느냐, 아니면 비대위안을 받아들이냐가 향후 세력재편의 방향타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일단 이 위원은 의장직 승계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그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도부 총사퇴에 따른 비대위 구성 주장에 대해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원칙과 순리, 당헌에 따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한나라당 출신이라서 안된다는 당권파와 중진들의 반대론에 대해 "그런 식이라면 (전대에서의) 대의원 의사는 뭐가 되는가. 그렇게 떠들도록 내버려둬라"고 받아쳤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를 정점으로 한 비당권파 의원들도 `비대위 구성'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이부영 불가론'에 난색을 표시하는 등 당권파 견제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인영(李仁榮) 의원은 "개개인의 호불호 문제로 이 문제에 접근하면 아주 이상해진다"고 말했고, 부산 출신인 조경태(趙慶泰) 의원도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는 발상은 비민주적"이라며 "당헌.당규란 민주적 시스템으로 해결하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한 당권파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5명 중에서 3명이 빠지면 지도체제의 정통성 문제가 생긴다"며 비대위를 주장했으나 또다른 측근은 "원내로 힘이 쏠리는 만큼 이 위원의 승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권파의 전체적인 기류는 비대위안이 강하다.

`당밖세력' 출신인 이위원이 기간당원 자격요건 문제 등 당헌.당규 개정을 주도할 경우 당권이 넘어갈 수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결과로 보인다.

당권파의 한 핵심 의원은 "이 위원은 청와대와 `코드'가 맞지 않아 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당내 반발도 강하기 때문에 의장이 되더라도 비대위 체제내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권파와 비당권파간에 갈등 조짐이 있는 가운데 문희상(文喜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직계그룹과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이끄는 개혁당 그룹이 세확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우리당의 권력지도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고조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