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로 둔갑하고, 원하지도 않던 조기은퇴를 당하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마술'이 올림픽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요상한 현상은 바로 취재진과 선수들과의 인터뷰가 정식으로 허용되는 믹스트존에 배치된 부실한 통역 요원의 탓.

중국의 경우 소속팀 남자 선수가 올림픽 공식 정보시스템에 여자 선수로 기록됐을 때만 해도 웃어 넘기려 했으나 최근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 있는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의 조기 은퇴설이 불거지자 결국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중국팀 코치는 "야오는 자신이 그만 둘거라고 결코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잘못된 통역으로 이같은 소문이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야오밍은 지난 주말 중국이 스페인전에서 대패한 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었다.

앞길이 창창한 남자 유도 66㎏ 우승자 우치시바 마사토(26.일본)도 경기 후 통역의 실수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기 은퇴를 당할 뻔한 선수.

우치시바는 우승을 차지한 후 말한 "내 생애 마지막 게임이라고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싸웠다"고 밝혔으나 이 말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기 때문에 특히 금메달을 딴 것이 자랑스럽다"로 바뀌어 전달되며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잘못된 통역으로 가장 황당했을 선수는 아마 한국 축구 대표팀의 김동진일 것이다.

그리스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김동진은 경기가 끝난 후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올림픽 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지만, 이 말이 통역의 실수로 "암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둔갑된 것. 통역원이 지난 2001년 대장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김동진의 어머니를 생환시키는 전지전능함을 발휘한 격이다.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의 통역 서비스 담당자는 "오랜 경험을 갖춘 훌륭한 통역원을 뽑으려고 노력했으나 예선전에선 영어, 불어,그리스어를 제외하고는 전문적인 통.번역 요원을 배치할 필요는 없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조직위는 선수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따기 위해 혈안이 된 기자들을 위해 약 1천명의 통역 요원을 배치해놓고 있다.

한편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농구팀 감독은 지난 주말 기자 회견 도중 부실한 통역을 문제삼으며 급기야 회견장을 박차고 나가 "올림픽에서 각국 고유어를 말하는 것은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