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와 국가가 이미 60년대부터 흡연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89년 담배갑에 폐암유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문구를 삽입하기 전까지 국가가 소비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20년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와 KT&G를 상대로 5년째 '담배소송'을 진행 중인 배금자 변호사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이 공개 명령을 내린 KT&G의 담배 관련 연구문서 4백64건을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KT&G와 국가는 69년부터 니코틴의 유해성과 중독성,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 KT&G 내부 보고서 내용 =69년 담배인삼공사의 전신인 전매청이 작성한 시험연구보고서에는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발암 등급 A(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된 비소가 흡연할 때 연기로 바뀌어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돼 있다.

80년 보고서에는 '흡연이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실험적 보고 및 임상병리학적 보고가 축적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동천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장은 "여러 보고서에서 니코틴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특히 국산 담배는 외산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많고 질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G 변호를 맡고 있는 박교선 변호사는 "담배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60년대 보고서는 당시 미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며 니코틴 중독성 여부는 아직도 논란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 향후 소송 전망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담배의 발암성과 중독성에 대해선 아직 의학적으로 의견 차이가 있는 만큼 법원이 이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조회사가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는 자료가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담당 재판부는 보고서 분석 결과와 서울대병원의 신체검증 결과 등을 종합해 곧 재판을 재개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날 가능성도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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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는 >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담배소송은 미국에서 1950년대 처음 시작됐다.

미국의 담배소송은 피고인 담배 제조회사가 개인 기업들이며 재판도 전문법관 외에 민간인까지 참여하는 배심제로 진행되는게 특징.

미국 담배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사례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98년11월 미국 담배회사들은 민사소송에서 패소, 민사상 최고 배상금인 2천60억달러를 25년간에 걸쳐 46개 주정부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00년 플로리다 마이애미 순회법원도 5개 담배 제조회사들에 대해 1천4백50억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 지불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전문법관이 재판을 진행하는 만큼 국민 법 감정보다 법리가 주요 판단 근거가 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 담배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이 미국처럼 높지 않다.

피해를 입증할 책임이 원고측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