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세계 증시는 인텔 등의 주요 기술주의 실적부진으로 위축됐다가 최근 연일 사상최고치를 거듭하고 있는 유가로 IT 업황 부진이 잠시 잊혀진 듯 했으나 11일 시스코의 실적발표로 다시 주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신학기 수요와 PC 교체주기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PC시장도 개선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스코 과거 실적은 좋았으나 미래는 어두워 시스코 시스템즈는 11일 뉴욕증시 마감 이후 발표한 4.4분기(5∼7월) 매출액이 작년동기대비 26% 급증해 성장률이 3년만에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또 순이익도 작년동기대비 41% 급증했다.

그러나 시스코는 1.4분기(8~10) 매출액은 4.4분기에 비해 2% 미만의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월가의 컨센서스인 3% 증가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시스코의 존 챔버스 최고경영자는 "기업 경영진들의 경제와 IT지출에 대한전망이 3개월 전보다 더욱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해 IT 업황 부진 전망을 확산시켰다.

또 UBS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스코의 4.4분기 실적은 좋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며 투자의견을 `매수1'에서 `중립1'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스코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6% 급락했으며 이 여파로 나스닥100지수선물도 7포인트 하락했다.

이밖에 이날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내셔널세미컨덕터도 단기적으로 주문이 감소함에 따라 매출전망을 낮춘다고 밝혔다.

내셔널세미컨덕터는 1.4분기(6~8월)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4~5% 하락할 것으로예상된다고 밝혀 당초 0~3% 증가할 것이라는 자사의 전망을 하향조정했으며 월가의 컨센서스보다 크게 낮췄다.

회사는 매출전망 하향에 대해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조절함에 따라 수주량이 예상보다 줄었으며 평판패널 관련제품의 성장세 둔화와 중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수요 역시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C 수요 정체..계절적 성수기 맞나 PC 관련 업체들과 전문가들은 8월이면 신학기 수요에 따른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에 PC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는 기업용 PC의 교체주기가 겹쳐 하반기에 PC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날 아시아 기술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의 주기판과 노트북PC 등의 출하는 증가하고 있지만 PC시장의 최종수요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PC시장의 최종수요는 앞으로도 2~3주동안 개선될 조짐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대만의 D램익스체인지도 중국 PC시장의 여름철 수요 회복이 나타나지 않아당초 자사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PC시장의 계절적 성수기인 3.4분기는 예년과 달리 예상보다 다소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D램익스체인지는 또 유럽의 주요 업체들도 아직 휴가중이라 PC시장의 신학기 수요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3.4분기에 PC시장이 호전되기는 어려울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전날 리만브라더스는 반도체업종의 성장 둔화 우려가 적어도 내년 1.4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고 최종 생산품에 대한 수요도 쉽게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의 `비중확대 1'에서 `중립 2'로 낮췄다고 밝혔다.

리만브라더스는 또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내년 실적전망치와 목표주가역시 소폭 하향조정했다.

리만브라더스는 하지만 고유가와 정치적 불안 등으로 인해 최종 생산품의 수요가 그리 늘지 않고 있으며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요 역시 기대와는 달리 3.4분기 들어서도 이렇다할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미국의 신학기 수요가발생하지 않아 PC와 D램 관련 업체들의 실적전망이 어둡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서플라이의 김남형 애널리스트는 "7월 후반부터 발생해야 할 신학기 수요가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PC 제조업체들은 물론 D램 시장까지 침체 시킬 수 있다고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