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낙태권 옹호론을 강력히 주장해 보수노선의 공화당과 격돌했던 민주당이 올 대선에서는 낙태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2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지명을 수락하면서 분명한 낙태 찬성 입장을 천명했지만 존 케리 후보는 최근 보스턴에서 후보지명 수락연설을하면서 낙태문제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케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낙태권 옹호단체인 `NARAL 프로 초이스 아메리카'와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대표들이 참석해 민주당의 정책에 부합되는 낙태옹호 연설을 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상원의원을 역임하면서 낙태권 지지 성향의 투표를 해온 케리 후보는 심지어 지난달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선 "수태(受胎)와 동시에 생명이 시작된다"며 개인적으론 낙태에 반대한다는 엇갈린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낙태문제와 관련해 유례가드문 침묵을 지키는 것은 중도 및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홍보연구소를 운영하는 제임 리갈라도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선거에선 그런 경향이 있었다"며 "민주당 진영은 낙태문제 공론화를 피함으로써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잃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낙태옹호론이 당의 정강에 올라 있고, 케리 후보도 그에 대한입장을 연설로 밝혔다면서 낙태문제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고 있다.

한편 낙태 옹호단체들은 민주당이 낙태문제를 쟁점화하지 않는 것에 대해 "케리가 걸어온 상원의원 경력 19년은 낙태를 지지하는 그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며 조지부시 대통령을 낙마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