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동물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 투여를 놓고 러시아 수의사계가 소란스럽다.

러시아 수의사들이 강아지에게 마취제를 투여한 혐의로 재판중인 동료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 일간 '브레먀(시간)'에 따르면 수의사들은 모스크바 법원이 오는 10일 선고에서 구속중인 동료 알렉산드르 두크에게 유죄를 결정하면 병원 문을 닫고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두크가 병든 강아지를 치료해달라는 호출을 받고 즉각 달려갔는데 상태가 심각한 강아지에게 진통 주사를 놓으면서 비롯됐다.

정부 마약 통제당국은 두크가 불법인 향정신성 물질인 케타민을 투여했다며 검찰에 고발해버렸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두크에 대한 기소는 러시아 행정부 및 사법부가 동물에 대한 마취제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고 수의사들의 활동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동물보호가로 자처하는 프랑스의 브리지트 바르도가 나섰다.

그녀는 직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수의사들에게 애정을 보여달라. 이번 재판 결과가 (고통받는) 동물에 대한 마취제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의 대외 이미지에 피해가 없길 바란다"는 내용을 편지를 보냈다.

러시아 수의사협회장인 엘레나 마루예바는 "그동안 바르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편지를 여러차례 보냈는데 답변이 오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니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