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수학문제를 풀다가 안 풀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법이다.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 19일 저녁 한국경제신문과의 심야 인터뷰에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그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서 시장경제가 되겠느냐""30,40대가 정치만 하고 제 역할을 못한다"라고 정치권 386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려 국내외 시장과 정.관계에 파문을 일으킨 지 나흘만이다.

그간의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이 부총리는 이번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 부총리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냐"는 질문을 받고 "반어법을 쓰면 굉장한 의욕을 반영하는 것이며 시장경제를 보다 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중요하지만 완벽하지 않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그때 (개입해) 풀어줘야 한다"면서 "역시 기본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따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시장경제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학창시절 얘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했는데 어려운 수학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당시 수학 선생님이 와서 '수학문제가 안 풀리면 처음 시작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시장경제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이익집단의 의견이 엇갈릴 때는 단순한 원칙으로 돌아가서 하나 하나 그 방향으로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노동시장을 예로 들면서,"한국적 상황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당장 확보하기 어렵겠지만 이를 달성하려고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그런 기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이 부총리의 '시장경제 회의론'발언이 대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반시장적 분위기가 팽배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줘 국가 대외신인도에 차질을 빚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오히려 한국이 한단계 더 성숙된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판단할 것"이라고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정치권 386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부총리는 "386세대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인가"라는 질문에 "386세대를 지칭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못박은 뒤 "30,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력이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과 한계,책임에 대해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치권 386세대가 경제정책의 뒷다리를 잡은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386과 경제정책을 연계지어 얘기한 적이 없다"며 "인구분포로 봤을 때 30,40대가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여야 하는데 활기를 못띠고 있어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제안한 386 의원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일부러 모양을 내서 만나거나 할 생각은 없고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만나겠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카드사 부실책임(1998년부터 2000년까지 금감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으로 재임)과 관련해서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당시 금감위는 여신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세수가 당초 목표보다 1천~2천억원 정도가 모자랄 것이란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도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보다는 세원을 넓히는 방향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세무당국과 얘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