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이번 방한에서 던진 화두는 `전략적 선택'과 `리비아 모델'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방한 기간에 그는 북한이 오는 11월 미 대선 이전에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 활로를 찾되, 그 방식은 자진신고 후 검증을 통한 모든핵의 폐기라는 `리비아 모델'을 수용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볼턴 차관은 "미국이 3차 6자회담에서 상세한 제안을 한 것은 북핵문제를11월 대통령 선거전까지 그대로 두려는 게 아니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해 미대선 이전에 문제 해결을 희망하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21일 오전 9시 30분 연세대 새천년대강당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리비아 사례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나왔다.

이는 6자회담 참가국 일부에서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의 구체안 제시를 두고 부시 대통령이 대선 때까지 북핵문제의 현상유지를 위해 `시간벌기' 전술을 펼치는 것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데 대해 분명히 `노'라고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볼턴 차관은 특히 "미국의 최고위층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할의지가 있다"고 말해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지난 8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부시 행정부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중 하나인 볼턴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북한이 미 대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미리 경고한 측면도 적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진지한 대화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것에 걸맞게 `통 크게' 나오라고 촉구하는 것인 셈이다.

라이스 보좌관은 지난 8일 방한 당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이 진정한 핵폐기를 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것이 가능하게 될 지 북한은 놀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볼턴 차관은 북한이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상정해 `시간 끌기'를 계속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끝내 미 대선전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내리지 못할 경우의 대비책으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등을 거론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대북 봉쇄가 한층 강화될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볼턴 차관이 강조한 `전략적 선택'의 중요성은 북한이 `리비아식' 핵 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수용을 북한에 촉구한 것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HEU(고농축우라늄)를 포함해 모든 핵 시설.물질.프로그램을 자진신고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북한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추가 의정서에 가입, `언제 어디든 의심나는' 시설을 사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처럼 거듭되는 미국의 메시지를 북한이 수용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북-미 간에 기초적인 상호신뢰 마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 요구하는 리비아 모델에 대해 미국이 핵 의혹 시설 사찰을 빌미로 자국의 군사시설에 대한 기밀.정보를 확보하고, 끝내는 자국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려는 고도의 술책이라는 의혹을 전혀 거두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0일 워싱턴 `한반도 평화안보 포럼'토론에서 "북한이 먼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반도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중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단 일축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도 11월 대선 이전인 오는 9월 제4차 6자회담에서 핵 문제를 일괄타결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중량감 있는' 제안을 마냥 무시할수만 없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북핵 문제의 진전 방향이 주목된다.

(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