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국가보안법 개폐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의원 10여명은 21일 시민단체 등과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임 의원은 간담회 발제에서 "지난 92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위헌결정이 난 국가보안법은 반인권, 반민주적이며 평화통일 추구에도 배치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보안법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형법상 내란.외환죄, 간첩죄 조항을 적용하면 되고 공산당 활동에 대해서는헌법과 정당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교 변호사는 "국보법을 완전 폐지하는 경우도 처벌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매우 적다"며 "범죄구성요건의 불명확성과 추상성이 내재된 탓에 자의적 적용과 남용의 위험을 항시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보법 폐지는 국가안보의 무장해제가 아니라 안보법 체계의 합리적 개정"이라고 말했다.

신기남(辛基南) 의장과 임채정(林采正) 통일외교통상위원장 등도 참석한 이날간담회에서 임 의원 등은 국보법 폐지안의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개폐에 대한 당론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향배도 중요한변수가 될 수 있어 `폐지안'이 당론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보법 개정안 추진의사를 밝혔던 양승조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직은개폐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당내에서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폭넓은 보수계층이폐지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도 최근 정책위에서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국가보안법개폐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돌리는 등 국보법 개폐 문제를 본격적으로다루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공성진(孔星鎭) 제1 정조위원장은 "국보법 개폐문제에 대해 당내 의견은 대체적으로 유지하되 문제가 있는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면서 "17대 총선 후 당선자들을 상대로 한 1차 여론조사에서도 60% 이상이 개정해야 한다는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부 영남권 보수 중진 의원들은 "국보법은 이미 여러 차례 수정.보완돼 운영의 묘를 살리면 큰 문제가 없으며 국보법 개폐 주장은 여당의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어 논의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2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움직임에 대해 "시대상에 따라 변하고 개정도 해야겠지만 국보법은 나름대로 역할이있었다"면서 "다른 정략적 노림수에 국보법 폐지가 이용되고 있다면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놓은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김중배 기자 bingsoo@yna.co.kr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