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35시간 근무제 찬반 논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경쟁력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선진국들이 추가 수당없는 근무시간 연장 등 '같은 임금으로 더 많이 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반해,우리는 임금삭감없는 주5일제 도입 등 '같은 임금으로 더 적게 일하겠다'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왜 유럽국가들이 근무시간을 늘리려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일을 조금 더 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추가수당 없는 주40시간 근무제도에 합의,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멘스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회사측이 '인건비가 싼 헝가리로 생산라인을 옮기면 비용을 30%가량 절약할수 있다'며 해외이전을 추진하자 노조측은 근무시간 연장에 동의했고 이에따라 회사는 공장이전방침을 철회했다.

지멘스의 노사합의는 유럽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법으로 주35시간 근무를 정해놓고 있는 프랑스 등은 물론 아직 41시간 근무제를 유지하는 스위스에서조차 근무시간 연장 논의가 활발하다.

기업뿐 아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30만명에 달하는 연방공무원에 대해서도 근무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이다.

더욱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유럽 국가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시간 연장만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은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주당 근무시간을 몇시간 늘린다고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각종 정부규제 완화와 임금삭감 등 보다 구조적인 경제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등 우파정권은 물론 좌파가 집권 중인 영국 독일 스웨덴 스페인도 정부가 직접 나서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경쟁력 강화 논쟁을 보면 우리와는 너무 큰 격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중국 등 인건비가 싼 나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도 노동조합들은 눈앞의 이익만 고집하며 임금인상에만 매달려 있고,정부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두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느낀다.

며칠 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분석 결과 우리나라 경제운영의 경쟁력이 지난 4년 사이 15위에서 49위로 무려 34단계 추락했다는 점을 이제라도 잘 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