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말 국민.주택은행 파업사태 이후 은행권 최장기 파업기록을 연일 경신하던 한미은행 사태가 12일 총파업 돌입 18일만에타결됐다.

파업 돌입 당시만 해도 노조가 주장하는 파업의 명분이 결여돼 단기일내에 끝날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사태는 여론의 거센 비난 속에 노사간 극심한 견해차와 협상력 부재로 금융권 관계자들을 긴장 시키며 심각한 고객불편을 초래했다.

◆ 한미銀 노조, 총파업 돌입선언

씨티그룹과의 통합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한미은행 노조지도부가 지난달 10일철야농성에 들어가며 시작됐다.

농성 6일째인 지난달 15일 한미은행 노조는 총파업 돌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서 94%의 찬성으로 같은달 2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 고용안정 보장, 임금인상, 상장폐지 철회, 통합 보로금 3년치 보장 등을 요구했다.

◆ 지루한 협상...공권력 투입 가능성 고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밤 한미은행 노사가 연쇄접촉을 벌여 의견조율에 들어갈 때 까지만 해도 이번 파업은 짧은 시간내에 끝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하영구 행장과 서민호 한미은행 노조위원장의 대표자협상이 결렬된 이후은행측과 금융감독원이 비상 대책을 발표하면서 파업은 장기화 조짐을 보였고 노사간 협상의 양상도 지루한 공방전을 벗어나지 못했다.

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물자 지난 1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지난 2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에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 해결가능성까지 대두됐다.

◆ 노사 맞고소... 농성장 이동 그러나

정부의 공권력 투입 압박과 거센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서로를 맞고소,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사측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다동의 본점을 불법으로 점거한 양병민 금융노조위원장, 서민호 위원장 등 파업 지도부 11명에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포문을 열었고 법원은 이들중 5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상당 기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듯 했으나 사측이 기존입장을 굽히지 않고 공권력 투입 분위기까지 고조되자 불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지난 6일 경기도 여주의 한국노총 연수원으로 농성장소를 옮겼다.

여기에 협상까지 중단돼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장기전 태세에 돌입한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과 하영구 행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사측의 고소에 맞불을 놓았다.

◆ 노사 위기감 공감... 다시 협상 테이블로

파업이 본격적인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노사 양측이 모두 실익을 얻지 못하고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실낱 같은희망을 던졌다.

노사는 공식적인 협상을 중단한 이후에도 간사단을 통해 협상의 형식과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한 의견 조율을 벌인 노력끝에 지난 10일 오후10시 5일간 막혀있던 협상창구를 다시 열었다.

이날 새벽까지 3일간 계속된 철야 마라톤 연쇄협상에서도 노사 양측은 의견조율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하영구 행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단독 회동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며 파업 18일만에 극적인 타결에 성공했다.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참가자 1천679명중 74.8%(1천256명)의 찬성으로합의안이 통과돼 노조가 파업철회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선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rj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