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은행 총파업 사태가 18일만에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의 진행상황과 남긴 과제들을 취재기자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1]
최진욱기자, 노사양측이 15개항에 이르는 사안에 대해서 잠정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죠?

기자1]
네, 그렇습니다. 어제밤부터 하영구 한미은행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잠정적인 합의안을 이끌어 냈는데요, 그 내용들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사 잠정합의안>
-사무직군제 폐지
-보로금 400% 지급
-인위적 구조조정 반대
-임금, 공단협 추후 논의

노사는 사무직군제를 2006년 말까지 단계적 폐지하기로 했고 (2004년 30%, 2005년 30%, 2006년 40%) 자동호봉승급제를 8월1일부터 무조건 도입하고 7월21일부로 합병 보로금을 기본급의 400% 지급하며 하반기 130명 승진, 한미은행 직원 중심의 전산센터 운영 등에 합의했습니다.

또 합의안에는 은행은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며,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퇴직이나 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은행은 통합시 근로조건과 관련이 있는 조직개편과 임금체계 및 수준, 직급, 호칭, 호봉 등을 노동조합과 사전에 협의한다. 파업참가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번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임금은 공단협 결정 이후 추후 논의한다 등의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미은행 상장폐지가 국내 금융감독 회피 및 한국의 회계관행에 반하는 영업이익의 과도한 해외송금 등 국부유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통합 은행명의 경우 노사간 충분히 협의한 후 은행이 결정한다. 언어는 한국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앵커2]
그렇다면 한미은행은 내일 정상영업이 가능한겁니까?

기자2]
오늘 새벽에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해서 오전중에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따라서 오후에 조합원들이 합의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따져서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구요, 오늘 저녁에 투표결과가 나오면 노조원 해산과 함께 내일부터 정상영업은 가능해보입니다. 다만 투표가 늦어지거나 잠정합의안에 대해서 반대결과가 나오면 정상영업은 늦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3]
이번 한미은행 총파업이 남긴 교훈이라면 어떤것을 꼽을수 있을까요?

<한미은행 총파업의 교훈>
-고객 불편,피해 볼모
-사측, 경영권 보호 안간힘
-전산보호의 필요성
-씨티그룹, 파업 불간섭

무엇보다 이번 총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고객이었다는 점입니다. 노사 모두 고객의 불편이나 피해 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데만 주력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두번째로는 하영구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상장폐지 반대, 독립경영 보장, 국부유출 금지등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은 끝까지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금요일 사측이 예정대로 상장폐지 승인을 위한 임시주총을 강행하면서 오히려 노조측의 초조함이 높아진 점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과거 국민-주택은행 파업이나 조흥은행 파업과 달리 이번 한미은행 파업이 18일이나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전산작업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산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하거나 가동이 중단될 경우 파급효과가 막대했겠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다시 한 번 은행의 전산시스템의 중요성을 각인시켰습니다.

끝으로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그룹이 끝까지 협상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점도 국내 은행들에게 남긴 교훈입니다. 노조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씨티그룹은 마지막까지 하행장에게 전권을 위임한채 사태파악에만 주력해 협상에서 노조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질문4] 한미은행 총파업의 교훈까지 살펴봤구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을 살펴보죠.

앵커4]
한미은행 총파업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총파업 금융권 파장>
-씨티-한미 통합 가속화
-비정규직 처우개선 쟁점화
-산별교섭 무용론 대두
-부정적 대외이미지 회복 실패

무엇보다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한미은행간에 통합작업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당초 7월경에 마무리될 통합작업은 9월이후로 미뤄지게 되었지만 씨티은행이라는 초국적 은행의 국내진출로 국내 금융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무한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중단되었던 금융권의 공동 임단협이 재개될 예정인데요, 한미은행이 앞서 말씀드린대로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사무직군을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은 은행권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와 맞물려서 개별 은행별로 몸살을 앓게 만들것 같습니다. 특히 하나,국민은행등이 이미 비정규직 문제로 노사가 갈등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합의는 직,간접적으로 타은행 협상에 영향을 미칠것입니다.

또 하나는 은행권에서 벌이고 있는 산별교섭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겁니다. 지난 5월부터 은행권은 올해 공동임금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미은행 총파업이 시작되면서 공단협이 중단된 상황이고 설사 공단협이 타결되더라도 임금인상률등 개별 은행의 문제는 다시 교섭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능률면에서 낭비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한미은행 총파업 과정에서 공단협 양측 대표위원들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파업은 대외신뢰도, 특히 해외투자자들에게 또 다시 투쟁적인 노조와 미온적인 정부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는 점입니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퍼부어서 해외투자자의 국내기업 인수규모로는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총파업 처리과정은 한국투자를 고려중인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잣대였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노조 나름대로 실익을 챙기고 정부는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기간산업인 은행이 멈춰서는것을 팔짱만 낀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노사와 정부 모두 사태 수습에는 성공했지만 국내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데에는 실패했다고 하겠습니다.
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