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미국에 대한 9.11 테러 공격 모의 때 한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방안도 한때 추진됐었다고 미국의 9.11테러조사위원회가 16일 밝혔다. 조사위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9.11 테러공격을 주도한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과 동시에 동남아에서 태평양을 횡단하는 미국행 민항기를 납치해 공중에서 폭파하거나 그 비행기로 일본과 싱가포르, 혹은 한국 내 미국 목표물에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조사위는 "모하메드는 미국 입국비자를 거부당한 테러 조직원들을 대미 테러에활용키 위해 동남아에서도 테러 공격계획을 동시에 진행시켰었다"고 덧붙였다. 조사위에 따르면 테러공격의 심리적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태평양 양쪽에서 동시에 납치 항공기를 폭파하거나 충돌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위는 당시 이 모의에 가담했던 칼라드라는 조직원은 2000년 1월초방콕과 홍콩간 여객기를 타보는 등 사전 답사도 했으나 같은 해 4,5월께 오사마 빈라덴이 동시 실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동남아쪽 작전은 취소시켰다고 밝혔다. 9.11 테러조사위는 또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알-카에다와 이라크가 미국에 대한공격에 협력했다는 믿을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사위는 "빈 라덴은 사담 후세인의 세속 정권을 반대했지만 수단에있을 당시 이라크와의 가능한 협력을 모색했다"면서 빈 라덴이 무기조달 지원과 이라크 내 훈련캠프 구축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라크가 이에 대답하지 않은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사위의 발표는 그동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함께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이라크전 개전 명분으로 주장해 온 부시 행정부에 대한 또 하나의 타격으로 받아 들여진다. 조사위는 이와 함께 알-카에다는 9.11 당시 비행기 10대를 동원해 세계무역센터,국방부 및 백악관이나 의사당 뿐만 아니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본부및 핵시설과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의 고층건물 등에 대한 공격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9.11 주모자인 모하메드는 10번째 여객기를 직접 납치해 남자 승객을 모두 살해하고 미국 공항에 착륙해 언론과 접촉한 뒤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여자와 어린이를 풀어주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도 알-카에다 지도부가 너무 복잡한 계획이라고 미온적인반응을 보여 추진되지 않았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이밖에 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9.11 테러 모의 과정에서 백악관을 테러 공격목표로 포함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내분도 발생했으며, 빈 라덴은 미국의 보복공격을두려워 한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반대도 극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사위는 9.11 테러모의 과정에 총 40만∼50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다고밝힌 뒤 알-카에다가 핵무기 및 생화학 무기 획득도 추진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몇몇 항공기 테러공격을 저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존 피스톨 FBI 수석부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상세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일부" 항공기 테러공격을 저지했다고 밝히면서 알-카에다가 다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동부와 서부 해안지역에서 일부 항공기 공격을 저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특정한 위협을 완전히 중지시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