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의 저명한 투자 분석가 마르크파버는 미국 주식시장의 반등국면을 매도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파버는 최근 발표한 시황논평에서 뉴욕증시와 나스닥 증시는 지난 4월 고점을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금리 인상을 포함한 몇가지 부정적 요인들이 시장에잠복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보유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현인'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파버는 지난달 중순에 밝힌시황논평에서도 미국 경제의 진정한 회복세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모든 형태의 자산투자를 일단 자제하고 철저히 관망할 것을 당부했었다. 파버는 지난 1987년 뉴욕 증시의 이른바 '검은 월요일'과 지난 90년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잇따라 경고함으로써 국제 금융계에서 '닥터 둠(doom)'이라는 별호를 얻은 바 있다. 그는 시황논평에서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공격적인통화팽창 정책은 이제 인플레 우려로 막다른 길에 들어섰으며 전세계 주식과 원자재시장에서도 이미 팽창적 통화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간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에게는 이제 완만한 속도냐, 아니면 가파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냐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완만한 인상 족에 베팅하고 싶다는 것이 파버의 생각. 파버에 따르면 이미 2,3월에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 시장이 고점을 찍었으며 5월 중순 부터는 모든 자산들의 가격이 하락 국면이라고 말하고 시장의 분위기가바뀐 이상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된다 해도 올해 고점 경신은 어렵다는 것. 특히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바탕을 둔 미국의 소비지출도 앞으로 몇달 안으로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표상 강력해 보이는 미국의 고용 회복이 과연 이를 상쇄할지가 흥미로운 관심사라는 것. 파버는 이미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제대로 돈을 벌지 못했고 구리와철강, 해운, 건설업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3월 이후의 하락 국면 때문에 어쩌면 일부 손실을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인플레율과 금리 수준이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 분명한 것 외에도 뮤추얼 펀드의 자금 이탈, 내부자 매도의 증가도 시장을 신중하게봐야하는 또다른 이유들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뮤추얼 펀드의 현금 보유 수준은 사장 최저수준이며 앞으로 새로운 자금유입이 둔화되거나 환매 요구가 늘어난다면 주식 시장의 수급 여건은 지난 18개월동안 만큼 좋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파버의 지적. 파버는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기업 사정에 정통한 내부자들이 종전보다 덜낙관적이라는 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 올들어 4개월 동안 미국의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액은 14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4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내부자의 주식 매도 통계가 집계되기시작한 지난 1971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지난 2000년 1.2월에 무지한 미국의 개인 투자자는 뮤추얼 펀드에 사상 최고 수준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그 직후 미국 시장은 상투를 만들었다. 반면에 내부자들은 당시에 주식 덤핑에 나섰다. 파버는 올해도 당시와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주가를 한 단계 올리는데는 실패했다면서 이번에도 무지한 대중보다는 내부자들의 편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