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국제 뉴스를 다루다 보면 우리나라가 점차 국제 외톨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낙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나아간다. 바깥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아랑곳없이 시선이 온통 국내문제로만 쏠려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걱정은 더욱 커진다. 각국 정상들이 치열한 경제외교를 벌여가는 뉴스를 추적할 때도 그렇지만 주요국들이 각종 경제지표들을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부활하고 중국의 질주가 계속되며 미국 경제성장률이 5%를 넘길 것이라는 등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내수침체와 청년실업,4백만명 신용불량자와 부(富)의 양극화 문제 등이 오버랩된다. 더구나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미 결론이 난 문제들을 놓고 입씨름을 벌일 때는 한국은 차라리 '외딴섬'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얼마전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커버스토리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다뤘다. 제목은 '자본주의자 김'(Capitalist Kim).내용은 북한에 새로운 시장경제체제가 착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현지 르포기사였다. 비슷한 시기에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에 최초의 좌파정부가 들어섰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시장경제체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에서는 좌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부의 시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가 흑색이든지,흰색이든지 쥐만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좌(左)든 우(右)든 국민들만 편안하고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과 함께. 끼리끼리 뭉치는 경제블록화 현상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거리다. 다른 나라와 손잡지 않고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운 세상이 돼 가고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지만 국가도 이젠 네트워크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5월1일부터 유럽연합(EU)이 체코 폴란드 등 동구권 10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회원국 수를 25개국으로 늘린 것이 단적인 예다. 5월말 EU와 중남미,카리브해지역 58개국 정상이 모여 제3차 유럽 중남미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FTA(자유무역협정) 등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4백명이 넘는 기업인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것도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소위 'BRICs'의 경제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FTA협상이 타결됐거나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최근 들어 더욱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가 우여곡절 끝에 칠레와 겨우 FTA를 체결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제무대에서는 나라마다 십여건씩 양자간 통상 협정을 맺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혈맹이라고까지 불렸던 한미동맹관계에 중대한 균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함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주도한 적이 있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APEC이나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에서 과거와 같은 주도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한미동맹관계의 균열로 인해 생긴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약화를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우방들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메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여간 순진한 발상이 아니다. 지난 6개월 간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한번도 하지 못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엄청난 국익의 손실이었다. 이제 국회도 출범하고 노 대통령도 집권2기를 맞았다. 대통령과 국회는 지금이라도 시선을 들어 세계를 봐야 할 것이다.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