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인력이 한국기업으로 탈출하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6월7일자) 커버스토리 '기술자의 반란'을 통해 구조조정과 종신고용제 붕괴로 회사에 대한 불신감이 커진 기술자들이 삼성 등 한국회사로 전직, '제조강국' 일본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든 지난 90년대 이후 대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축소로 기술자들의 사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제조업의 연구개발 효율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바에서 일하다 삼성으로 옮긴 C씨는 "현재 한ㆍ일 기업 간 기술 격차는 5~10년이지만, 곧 3~5년으로 좁혀지고 장래는 추월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 기술자, 한국기업 전직 급증 =삼성은 90년대부터 일본 인력 스카우트에 나섰다. 초기에는 '기술고문'으로 주3일 근무형태로 채용했으나, 최근에는 부장이나 임원급 등 조직라인으로 중용하고 있다. 일본기업에서 삼성으로 전직한 기술자는 5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원을 포함하면 1백여명은 될 것이라는게 닛케이비즈니스의 추산이다. 히타치 미쓰비시 마쓰시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초일류기업 출신들이다. 한국의 다른 전기ㆍ전자 업체들도 일본 기술자를 적극적으로 영입 중이다. 스카우트 대상자는 브라운관 및 반도체 중심에서 플라즈마TV 리튬이온전지 유기EL 등 첨단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현지 헤드헌팅 회사들이 스카우트 창구로 이용된다. ◆ 한국기업, 대우 더 좋다 =일본기업에서 한국기업으로 스카우트할 때 연봉을 50% 정도 더 준다. 삼성의 경우 부장급을 영입, 임원으로 예우해 준다. 일본계 헤드헌팅사 간부는 "일본 기술자를 스카우트할 경우 봉급을 30%가량 늘려준다. 또 주택, 승용차, 가정부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수입은 그 이상"이라고 밝혔다. 일본인이 전직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기업들이 기술자를 훨씬 대우해줘 일할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히타치에서 삼성으로 옮긴 B씨는 "수입도 중요하지만, 삼성은 실력을 평가해 줬다. 게다가 젊은이들도 우수해 기술을 가르치는 보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헤드헌팅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10여명 이상을 뽑아 삼성으로 전직시켰다"고 밝힌 뒤 "대형 전기ㆍ전자업체 출신으로, 삼성의 자유로운 연구 환경과 풍부한 자금력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도시바에서 한국기업으로 옮긴 C씨는 "도시바에서 3개월 걸리는 의사결정이 한국기업에선 사업부장 승인 아래 하루 만에 결정될 만큼 빠르다"고 만족해 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경영 효율만 따지면서 연구자를 무시하는 풍조가 계속될 경우 일본의 우수 인력 해외 탈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