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전·현직 대통령들의 친필 휘호가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에 매물로 나와 화제가 됐다. 애호가들이 많아 인기를 얻고 있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89년에 쓴 휘호도 경매에 처음 등장했으니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가 내놓은 고 박 대통령의 휘호 '총화유신,민족중흥'은 김씨 부친이 청와대에서 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라고 한다. 시작가 2천만원에 나온 이 휘호는 지난 4일 2천1백만원에 입찰한 한 구매자에게 낙찰됐다. 하지만 인터넷 미술품 경매 참여자들이 알아둬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우선 옥션은 판매자들이 매물로 내놓은 미술품에 대해 감정을 하지 않는다. 옥션의 비즈니스 모델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품은 일반제품과 달리 경매에 올리기 전에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감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고 박 대통령 휘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미술품 전문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은 고 박 대통령 휘호의 진품에 대한 의뢰감정을 수시로 하는데 90% 이상이 가짜였다고 한다.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 60∼70년대 인기 여가수였던 김모씨가 작년에 고 박 대통령의 휘호를 'TV 진품명품'에 출품했다. 김씨는 "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하사품이었다"며 함께 찍은 기념사진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감정결과 이 휘호는 액자비를 포함해 가치가 10만원에 불과한 영인본(인쇄본)이었다. 4년전 경매에서 6백만원에 거래되던 고 박 대통령의 휘호가 올해 6천만원까지 치솟은 것은 진본이 그만큼 희귀한 데 기인한다. 시작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미술품 경매의 시작가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판매자가 원하는 가격을 절충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옥션의 미술품 경매 시작가는 판매자가 결정한다. 옥션관계자는 "비록 감정을 하지는 않지만 경매 참여자들은 미술품을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매한 미술품이 가짜로 판명되면 그 피해는 구매자가 지란 뜻인가.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